생존 모색하는 까이르엉...신세대 관객들에도 '손짓'

전통 연극과 노래, 음악이 결합된 형태의 베트남의 전통공연 예술 까이르엉(Cải lương) 극장은 대중의 취향과 선호도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하며 스스로를 재창조해야만 현대 사회에서의 생명력과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전통 연극과 서커스 예술이 결합된 까이르엉 작품 ‘쩐넌똥’의 한 장면. (사진: 꾸인 흐엉)
전통 연극과 서커스 예술이 결합된 까이르엉 작품 ‘쩐넌똥’의 한 장면. (사진: 꾸인 흐엉)

20세기 초 베트남 남부에서 시작된 까이르엉(Cải lương)은 국가의 무형문화유산 중 소중한 요소로 꼽힌다. 100여 년이 넘는 부침 속에서도 이 예술 형식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창의성을 수용해왔고, 여러 세대 관객의 문화적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대 오락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까이르엉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전통 관객을 지키는 동시에 젊은 세대의 새로운 관객을 유치하고 육성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베트남 국립전통예술극장 부관장이자 인민예술가인 찌에우 쭝 끼엔에 따르면, 남북 베트남 모두에서 까이르엉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까이르엉의 발상지인 남부에서는 여전히 시장이 존재하고, 민간 자본의 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 부족, 전용 극장 부재, 현대 생활을 반영한 양질의 대본 부족 등으로 인해 정기적인 공연이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 압박 속에서 일부 극단은 관객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외국 예술 요소를 거의 변형 없이 도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까이르엉 고유의 민족 문화적 가치가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한편, 북부의 까이르엉은 정치적 목적의 위탁 공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시장 메커니즘에 적응하지 못해 재정적 자립과 일상생활과의 깊은 연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구조 개편 및 극단·극장 통합 정책 시행이 까이르엉의 고유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대 관객들은 짧고, 빠르며, 자극적이고,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콘텐츠에 익숙해졌다. 반면 까이르엉 공연은 대체로 길고 느린 전개를 보이며, 관객이 일정 수준의 문화적 소양과 인내심을 갖추어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과의 간극은 까이르엉 종사자들이 창의력을 강화하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적합한 콘텐츠와 표현 방식을 모색해야 함을 시사한다.

호찌민시 연극영화대학교 공로예술가인 레 응우옌 닷 교수는 까이르엉이 현대 사회와 관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대본 창작이 현대적 이슈를 극적 구조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새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 가족 생활, 청년, 이주 노동자, 직업 윤리,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관객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제가 포함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소재를 다루더라도 까이르엉이 노래를 통해 내면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성악극의 본질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레 응우옌 닷 박사는 콘텐츠 혁신과 더불어, 학교 기반의 연극 프로그램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체험 활동을 결합해 젊은 관객을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까이르엉은 학교에서 짧은 발췌 공연, 예술가와의 만남, 의상·분장 체험, 노래 워크숍, 전통 악기 소개, 백스테이지 투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될 수 있다. 동시에 디지털 아카이브, 트레일러, 공연 하이라이트, 소개 기사, 예술가 인터뷰,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공연 일정 등 고품질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이러한 시도들은 까이르엉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를 키우고, 전통 연극의 새로운 관객층을 점진적으로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예술단체들은 까이르엉을 서커스, 랩, 전자음악 등과 결합하거나, 문화·관광 공간에서 공연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과감히 펼치고 있다. 이는 까이르엉이 변화와 개혁을 거듭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까이르엉을 현대 생활의 흐름 속에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와 극장 종사자만의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호찌민시 연극협회 이론비평위원회 위원장인 응우옌 타인 히엡 감독에 따르면, 오늘날 까이르엉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헌신적인 예술가의 부족이나 대중의 외면이 아니라 창의적 노력이 충분히 견고한 발전 체계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은 분산되어 있고, 투자는 효과와 충분히 연계되지 않으며, 교육과 고용 수요 간의 조율도 미흡하다. 따라서 까이르엉은 국가 전략에 기반한 종합적 발전 생태계 내에 자리 잡아야 하며, 경쟁을 촉진하고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위탁 제작 메커니즘, 관광 및 문화산업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새로운 발전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예술가들이 안심하고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복지와 보호 정책도 중요하다.

예술가, 정책 입안자, 관객, 시장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까이르엉은 창의적 동력을 지속하고, 발전을 이어가며, 현대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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