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영기업(SOE)이 이러한 사명을 진정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틀, 운영 메커니즘, 경영 모델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포괄적이며 유연한 개혁이 필요하다.
핵심 기업에 집중
응우옌 반 탕(Nguyen Van Thang) 재무부 장관에 따르면, 현재 국영기업은 에너지, 교통 인프라, 물류, 통신, 금융·은행 등 경제의 주요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베트남에는 671개의 국영기업과 142개의 국영자본 출자 기업이 있으며, 총 자산은 4,190조 동(약 1,600억 달러), 자본금은 약 2,000조 동(760억 달러), 세전 이익은 약 2,430억 동(92억 달러)에 달한다. 자산 및 투자 증가율은 다소 미미하지만, 자본 활용 효율성과 국영기업의 국가 예산 기여도는 주목할 만하다.
응우옌 득 끼엔(Nguyen Duc Kien) 전 총리 경제자문단장은 “지난 3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반면, 국영기업은 매출, 이익, 세수 기여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영기업의 자본 규모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자본 효율성은 크게 향상됐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영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이 핵심이라고 끼엔 전 단장은 강조했다.
끼엔 박사는 “자본 규모나 자산 성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 기업지배구조를 국영기업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며, 쩐 쑤언 안(Trinh Xuan An) 국회 국방안전위원회 상임위원은 “국영기업은 약 700개에 불과하지만 GDP의 30%를 차지한다"며 "베트남항공(Viet Nam Airlines), 비엣텔(Viettel Group), VNPT 등 핵심 기업의 발전을 우선시할 수 있도록 특별한 메커니즘과 명확한 분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국영기업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면서 주축 기업에는 자본, 정관, 자율성 등에서 특별한 메커니즘이 적용되어야 하며, 현재는 정관 자본 조정만 해도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베트남항공, 비엣텔, VNPT 등 주요 국영기업의 발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메커니즘과 명확한 분류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완전 자율 국영기업' 모델을 연구·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시장 메커니즘 하에서 유연하게 운영하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정치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영기업을 의미한다.
항공산업의 공공–민간 연계
국영기업 중 베트남항공은 상업적 기반에서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등 국가적 위기 시 정치·외교·국방 임무를 수행하는 다기능 국영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베트남항공은 종합적인 항공 운송 생태계, 현대적 항공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가 교통 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하며, 관광·물류·국제연결 촉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항공 분야 내 국영기업 간 생태계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끼엔 박사는 “동일 업종 내 기업 간 협력 문제를 해결해, 국가적 선도기업—즉, 지역 및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강력한 항공그룹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위원은 이 분야의 공공–민간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시했다. 그는 “국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일만 한다는 인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면서 오늘날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은 공동의 발전 목표를 위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항공산업에서 베트남항공과 민간 항공사의 공존과 동반 성장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에 따르면,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관계는 더 이상 ‘정면 경쟁’이 아니라 ‘상호 지원과 시너지’로 봐야 한다. 특히 항공산업은 대규모 투자, 연계성, 유연한 운영이 요구되는 분야로, 경제·사회 발전과 국가 안보·방위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다만, 베트남항공과 같은 국영기업이 민간 부문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려면, 제도적·법적 중복 규정이 해소되어야 더 큰 자율성이 보장된다. 안 위원은 이와 관련해 “국가자본관리법, 투자법, 입찰법 등 관련 법률을 이미 정비했지만, 이를 진정으로 ‘개방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유관 당국이 규정 간 충돌과 중복을 계속 해소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트남항공 등 핵심 기업의 긍정적 성장 수치와 실질적 경험은 국영 부문이 여전히 경제의 주축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영기업이 주요 산업 분야를 진정으로 선도하려면, 정책 입안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즉, 특별 메커니즘 도입, 획일성 지양, 전략적 우선순위에 대한 집중 투자 등이 요구된다.
더불어 항공산업 사례에서 보듯, 공공–민간 협력 강화는 매우 유망한 방향이다.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경쟁이 아닌 ‘동반 성장’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 적절한 정책, 충분한 유연성, 국회·정부·재계의 합의가 뒷받침된다면, 국영기업은 베트남의 산업화·현대화·글로벌 통합 여정에서 진정한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