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슈넛 밀크, 베트남 캐슈넛의 고부가 식품시장 진출 ‘새로운 관문’
최근 몇 년간 미국 주요 슈퍼마켓 체인의 ‘건강식품’ 코너를 둘러보면, 캐슈넛 밀크가 이제는 익숙한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한때는 주로 비건 커뮤니티나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만 소비되던 캐슈넛 밀크가 이제는 아몬드 밀크, 오트 밀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다.
이 시장의 성장 동력은 우유 소비 감소, 높은 유당불내증 비율, 건강한 식단에 대한 수요 증가,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소비로의 전환 등 다양한 요인에서 창출된다. 주목할 점은 미국 매장에 진열된 캐슈넛 밀크 한 팩마다 베트남이 원료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은 수년간 미국의 캐슈넛 원료 수입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11월 14일부터 캐슈넛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결정은 드물게 찾아온 ‘황금의 창’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2024년 급격한 수출 감소 이후 회복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 캐슈넛이 전통적인 원료 수출보다 훨씬 높은 이윤을 기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식품 시장에 더 깊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수십 년간 베트남은 ‘캐슈넛 제국’으로 불리며 세계 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이 명성 뒤에는 원료 수출 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현실이 있다. 국내 생산량은 점차 감소하고, 기업들은 아프리카산 수입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가격 변동성도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편, 식물성 우유 시장, 특히 캐슈넛 밀크 시장은 빠르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캐슈넛 밀크 시장 규모는 2억 1,800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7.3%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아직은 틈새 시장이지만, 채식주의, 클린 이팅,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에 힘입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베트남은 강력한 원료 공급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 캐슈넛 커널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캐슈넛 밀크 생산 체인에 더 깊이 통합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철폐는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하며, 베트남 캐슈넛 산업이 원료 수출국에서 고부가가치 식품의 전략적 공급자로 변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미국 시장 – 관세 충격과 성장 사이클 재편의 결정적 전환점
2001년 이래 미국은 꾸준히 세계 최대 캐슈넛 수입국이자 베트남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었다. 수년간 베트남은 7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으며, 한때는 9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는 농산물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다.
그러나 2025년은 8월 1일부터 미국이 높은 관세를 유지하면서 충격적으로 시작됐다. 베트남 수출업체와 미국 수입업체 모두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올해 1~10월 베트남의 미국 캐슈넛 수출은 17% 이상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도 수년 만에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11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슈넛을 포함한 200여 개 식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결정은 연말뿐만 아니라 2025년 전체 사이클에 대한 ‘구조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캐슈넛 수입은 일반적으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등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7~12월에 급증한다. 시기적절한 관세 철폐는 베트남 캐슈넛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는 데 강력한 동력이 된다.
미국이 여전히 전통적인 시장인 반면, 중국은 ‘신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10월 베트남의 중국 캐슈넛 수출은 50% 이상 증가해 미국 수출을 넘어섰다. 중국은 최고급 캐슈넛인 W180 등급의 최대 소비국이기도 하다. 지리적 근접성과 낮은 물류비용 덕분에 베트남 기업들은 춘절 성수기 동안 이 시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일부 국제기구는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캐슈넛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베트남이 시장을 다변화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캐슈넛 산업은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위한 심층 가공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 원료 수출’ 모델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길은 볶은 캐슈넛, 가공 캐슈넛, 건강 간식, 즉석식품 등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특히 캐슈넛 밀크와 같은 제품을 통해 글로벌 식품 가치사슬에 더 깊이 참여하는 데 있다.
베트남은 ‘원료 제국’에서 고부가가치 식품 산업의 전략적 공급자로 변신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가공, 유통, 수출 기업들이 연구개발, 가공 기술, 품질 표준화, 이력 추적, 글로벌 식품 대기업과의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 철폐는 단기적 촉매에 불과하지만, 더 큰 기회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투명한 식품 소비로의 글로벌 전환에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베트남 캐슈넛은 자연스러운 강점을 지닌다. 이 ‘황금 전환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베트남 캐슈넛 산업은 원료 수출에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으로, 나아가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새로운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