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괌과 사이판은 한국 가족들이 해변 휴양지를 계획할 때 자동으로 선택하는 여행지였다. 짧은 비행 시간, 아이 친화적인 숙박시설, 잘 갖춰진 관광 인프라 덕분에 이들 미국령 지역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리아헤럴드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오랜 질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 변동, 유류할증료 상승, 높은 항공권 가격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여행지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여행 경비에 민감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그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푸꾸옥이 있다. 최근 1년간 약 430만 명의 대한민국 관광객이 베트남을 방문해 전체 외국인 입국자의 약 20%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이 ‘베트남의 경기도’라 불리던 다낭에 몰렸으나,
코리아중앙데일리는 최근 그 중심축이 남쪽으로 이동해 푸꾸옥이 한국 여행 지도에서 점점 더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변 레스토랑에서 울려 퍼지는 K-팝 음악, 베트남어 다음으로 우선 표기되는 한글 안내판 등, 푸꾸옥은 한국인 방문객들이 최대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현지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변화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가격’이다.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3대 가족과 함께 여행한 최현호 씨는 “6인 왕복 항공권이 약 200만 원(약 1,350달러)으로 괌이나 사이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고 밝혔다. 교통비뿐만 아니라 현지 체류 비용도 큰 장점이다. 호텔 베이비시터 서비스 등 각종 부대 서비스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하지만 가격만이 전부는 아니다. 코리아헤럴드는 푸꾸옥의 진정한 차별점이 바로 ‘다세대 가족 여행’ 트렌드에 맞춘 경험 설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여행 형태다.
이곳 리조트들은 단순히 객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함께 머물면서도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독립적인 생활 공간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가 옹도이 곶에 위치한 프리미어 빌리지 푸꿕 리조트로, 수백 채의 프라이빗 풀빌라가 마련돼 있다. 리조트 관계자는 “투숙객의 70% 이상이 한국인으로, 도심 호텔보다 조용함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동시에 호텔들은 ‘키즈 중심’ 경험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결정적인 요소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리조트는 19세기 가상의 대학을 테마로 설계되어,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넘어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테마 교실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스파까지, 다양한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더 넓은 차원에서, 푸꾸옥은 섬 남부에 선그룹이 개발한 ‘클로즈드 루프’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거리 이동 없이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주요 언론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세계 최장 3선 해상 케이블카로, 선셋타운과 혼톰섬을 연결한다. 약 8km에 달하는 이 여정은 푸꾸옥의 바다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케이블카의 종착지인 Sun World Hon Thom 엔터테인먼트 단지에는 아쿠아토피아 워터파크 등 대형 어트랙션이 마련되어 있어, 서울의 테마파크에서 흔히 겪는 긴 대기줄 없이 세계적 수준의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다.
밤이 되면 ‘Kiss of the Sea’, ‘Symphony of the Sea’ 등 멀티미디어 쇼와 매일 밤 펼쳐지는 불꽃놀이로 엔터테인먼트가 이어진다.
코리아중앙데일리는 “여행자의 일정을 끊임없이 고품질 경험으로 채울 수 있는 능력이 푸꾸옥을 기존의 수동적인 리조트 여행지와 차별화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언론은 또한 푸꾸옥의 장기적 비전에 주목하고 있다. APEC 2027 개최를 위한 인프라 준비와 대규모 호텔 프로젝트 추진 등은 이 지역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신규 개발 호텔들은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섬의 고유한 특색을 반영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리아헤럴드는 “이러한 접근법이 푸꾸옥의 규모를 확장하는 동시에 여행 경험의 깊이를 더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언론의 시각에서 푸꾸옥의 부상은 우연이 아니다. 비용, 편의성, 경험의 질, 현대적 취향에의 부합 등 다양한 요소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킨 결과다.
가족 여행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편의성과 맞춤형 경험을 요구하는 시대에, 푸꾸옥은 빠른 적응력과 명확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 섬은 더 이상 괌이나 사이판의 ‘대안’이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 가족 여행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