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FDI에 새 잣대 적용하나..."품질·효율·파급효과 따져야"

베트남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최근 5년 만에 최고치인 276억 2,000만 달러(집행 기준)를  기록했다. 총 등록 자본금도 38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역사적 임무’를 완수한 FDI 부문은 이제 그 역할을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정밀 부품과 금형 및 전자 회로 기판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기업인 리듬베트남유한책임회사(하노이). 사진: 탄닷
정밀 부품과 금형 및 전자 회로 기판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기업인 리듬베트남유한책임회사(하노이). 사진: 탄닷

베트남이 2030년까지 현대적 산업 기반을 갖춘 중상위 소득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고품질·녹색성장·혁신 주도형 투자 유치를 위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전략의 재정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2025년 FDI 집행 사상 최고치 기록

재무부 산하 통계총국에 따르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 베트남의 총 FDI 등록액은 384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0.5% 소폭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실질 FDI 집행액으로, 연간 276억 2,000만 달러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2021~ 2025년 기간 중 최고치다.

분야별로는 제조 및 가공업이 98억 달러의 신규 등록 자본을 유치하며 전체 신규 투자액의 56.5%를 차지, 여전히 성장의 주축 역할을 했다. 부동산이 36억 7,000만 달러(21.2%)로 2위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분야가 약 38억 5,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투자국별로는, 베트남에서 신규 허가 프로젝트를 보유한 90개국 및 지역 중 싱가포르가 48억 4,000만 달러(27.9%)로 최대 투자국 자리를 지켰다. 이어 중국이 36억 4,000만 달러(21%), 홍콩 17억 3,000만 달러(10%), 일본이 16억 2,000만 달러(9.4%), 스웨덴이 10억 달러(5.8%)로 뒤를 이었다. 대만과 대한민국도 각각 9억 6,600만 달러, 8억 9,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통계총국은 2025년 베트남 FDI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실질 자본 집행의 강한 증가세를 꼽았다. 총 집행액 276억 2,000만 달러 중 제조 및 가공업이 228억 8,000만 달러로 전국 실질 FDI의 82.8%를 차지하며 핵심 역할을 했다.

부동산업과 전기·가스 생산 및 유통 분야는 각각 19억 3,000만 달러(7%)와 9억 1,490만 달러(3.3%)를 집행해 전체 집행액에 기여했다. 이러한 결과는 베트남 투자 환경과 경제의 자본 흡수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신뢰를 재확인시켜준다.

베트남외국인투자기업협회(VAFIE)는 2019~2025년 FDI 집행 실적을 분석하며,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안정적인 투자 매력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둔화됐던 실질 FDI는 2022년부터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투자 약속을 생산·수출·고용 등 실질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국가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FDI 구조가 점차 양질 구조로 전환되고 있으며, 첨단산업·녹색 제조·재생에너지·디지털 경제 분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집행 모멘텀과 제도 개혁, 인프라 업그레이드가 맞물리며 FDI의 추가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개혁이 지속되고 대형 프로젝트가 효과적으로 추진된다면, 2026년 베트남은 FDI 집행에서 새로운 최고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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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및 가공업이 전체 FDI의 82.8%를 차지하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HAI NAM

차세대 FDI 유치 방향 재설정할 수도

35년 넘게 외국인 투자를 개방한 결과, FDI 부문은 베트남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제 자본 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첨단기술·녹색 전환·지속가능 발전이 부상하면서, 저비용·토지 제공·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한 FDI 유치 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판후탕 베트남산업단지금융협회 회장 겸 전 기획투자부(현 재무부) 외국인투자국장은, FDI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베트남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통합하고 섬유·전자·신발·기계조립 등 핵심 제조업을 형성하는 데 ‘역사적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저기술·저부가가치의 가공·조립 중심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FDI 부문의 현지화율은 평균 30% 수준에 머물고, 전자·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는 이보다 더 낮다. FDI 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도 개선되고 있으나, 주로 응용 단계에 집중되어 국내 기업으로의 파급 효과는 미미하다. 한편, 글로벌 투자 트렌드는 반도체·인공지능·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신소재·순환경제 등 제도·인적자원·인프라의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판후탕 회장은, 베트남이 FDI 유치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하며, ‘품질·효율·파급효과’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방위적 세제 혜택 경쟁보다는, 핵심 기술·R&D 센터·기술이전 확약·국내 기업과의 연계가 강한 프로젝트를 우선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녹색산업단지·에코산업단지·차세대 첨단산업단지 개발이 중심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책 차원에서는, 2025~2035년 FDI 전략을 조속히 완성하고, 차세대 FDI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틀 안에서 반도체·디지털 기술·생명공학·재생에너지·첨단부품산업 등 전략 분야에 특별 인센티브를 집중해야 한다. 각 부처는 녹색·스마트 산업단지에 대한 종합적 법적 틀을 마련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통합 FDI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평가·정책 수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 및 경제의 자본 흡수력 측면에서, 재무부 산하 전략재정정책연구소 팜띠엔닷 연구원은, 현재 최대 과제는 FDI 부족이 아니라, 유입 자본을 생산성 향상·기술 진보·장기 경쟁력으로 ‘소화’하고 전환하는 능력에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인프라·기술력·인력 역량·FDI와 국내 기업 간 연계 등 여러 측면에서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FDI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유치’에서 벗어나, 효과와 파급효과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유망한 방안으로, 투자 인허가를 ‘정책 계약’ 모델로 개혁해, 기술·환경·지식이전·인력양성·가치사슬 연계에 대한 약속을 구체적 기준으로 명시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투자 인센티브도 실제 성과, 특히 현지화율·R&D 투자·지속가능발전 기여도와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혁신 생태계 조성이 고품질 FDI 흡수의 결정적 조건임을 강조했다. 국가는 공공-민간협력(PPP) 모델을 통한 혁신센터·기술이전 허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FDI 기업 수요에 맞춘 이중 교육 및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국가·FDI·국내 기업 간 R&D 공동투자 메커니즘도 더욱 유연하게 운영해 연구 협력과 기술 상용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향후 산업단지 개발이 기존 전통 모델을 답습해서는 안 되며, 물류센터·안정적 전력공급·재생에너지·디지털 인프라와 연계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PPP·그린본드·프로젝트본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프라 자금을 조달해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FDI 부문과 국내 기업 간 연계 강화가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FDI 기업이 현지 조달을 확대하고, 베트남 공급업체의 품질 기준 향상과 R&D 공동 참여를 지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급업체 역량강화기금(Supplier Upgrading Fund) 설립과 FDI 연계·파급효과 지표의 정기적 공개를 통해, 정책이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성과에 기반해 관리·평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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