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건설’에서 ‘발전 생태계 조성’으로
다목적 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하노이는 문명화되고 지속 가능하며 세계적 가치를 지닌 도시로 도시 공간 재구조화에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도시 토지 자원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사회복지, 기술 인프라, 삶의 질 등과 관련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발전 역사에서, 100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갖고 도시를 계획할 수 있었던 도시는 드물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현대식 도로를 포함한 공간 계획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세대의 미래를 설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노이는 100년 비전을 담은 마스터플랜과 연계된 다목적 도시 개발이라는 발전 방향을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비전을 실현하려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와 마스터플랜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역량,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도시 개발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수십 년간 베트남의 도시 계획은 주로 토지를 주거지, 산업지, 상업지, 녹지, 기술 인프라 등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접근법은 다양한 토지 이용이 공존하는 다기능 도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세계의 현대 도시는 더 이상 ‘무엇을 건설할 것인가’에만 집중하지 않고, ‘무엇을 위해 건설할 것인가’로 관점을 전환하고 있다.
오늘날의 도시 지역은 단순히 주거 수요를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 창출, 투자유치, 혁신 촉진, 탄소 배출 저감, 문화 보존, 기후변화 적응, 삶의 질 향상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목적 도시 지역은 전통적인 다기능 계획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이를 확장한다. 다기능 도시는 공간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다목적 도시는 발전 성과에 중점을 둔다. 도시의 성공은 더 이상 아파트 수나 건축 면적으로 측정되지 않고, 수십 년에 걸쳐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보기 드문 강점..."100년 비전, 대체불가 자산 만들 것"
동남아시아의 수도 중 하노이처럼 대규모 인구, 국가 정치 중심지의 위상, 1,00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지니고, 공간 개발의 여유까지 갖춘 도시는 드물다.
첫째, 하노이는 역사적 구시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광역적 차원에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9개의 주요 도시 중심지와 9개의 발전 축에 인구와 일자리를 재분배함으로써, 도시 공간과 경제 중심지를 다핵화 모델로 재구조화하고 중심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순환도로, 도시 철도, 새로운 개발 축, 수도권과의 연계는 전체 개발 공간을 재구조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구축된다면 모든 인구와 차량 흐름이 중심지로 집중되는 ‘부채꼴 도시’ 패턴을 피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및 지식 기반 경제가 수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도시 지역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연구, 혁신, 금융, 교육, 기술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100년 비전을 담은 계획은 도시 거버넌스가 단기 투자 주기를 넘어설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메트로 노선, 그린벨트, 문화유산 보존 구역 등은 10년 내에 그 효과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수십 년, 100년이 지나면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미래 세대 위한 다양한 가치 추구
마스터플랜은 ‘더 녹색, 더 스마트, 더 혁신적, 더 살기 좋은, 더 지속 가능한, 더 경쟁력 있는’ 등 수십 가지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측정 가능한 목표가 무엇인지, 상충관계가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다목적’은 단순한 희망 목록에 그칠 뿐이다. 모든 이익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도시는 없기 때문이다.
교통 인프라 확장은 녹지 감소와 일부 주민의 자산 및 생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산 보존은 상업적 개발과 경제 성장에 제약을 줄 수 있다. 빠른 투자 유치는 사회 인프라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저렴한 주택의 무분별한 개발은 프로젝트의 재정 효율성과 토지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현대 도시 거버넌스는 이해관계 충돌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행정 관리 체계는 보통 5년 단위로 운영된다. 각 임기마다 마스터플랜이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된다면, 수십 년 후 원래의 계획은 일관성 없는 여러 조각으로 분절될 수 있다. 반면, 국제 경험에 따르면 성공한 도시는 변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십 년간 핵심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계획은 조정될 수 있지만 그 철학과 발전 방향은 임기마다 바뀌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이해관계의 압력으로부터 장기적 방향성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신도시’ 개념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와 동일시된다. 사무실을 더 많이 짓는다고 혁신 중심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일부 프로젝트에 공원을 늘린다고 녹색 도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목적 도시 지역은 사람과 공동체를 중심에 두고, 교육, 과학, 문화, 거버넌스, 대중교통, 디지털 인프라, 인적 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 동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들 분야는 투자 회수 기간이 길지만,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한다. 자원이 부동산 개발에만 집중된다면, 나머지 목표 달성은 매우 어려워진다.
하노이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점에서 많은 신도시와 다르다. 도로 확장, 고층 건물 건설, 주거지 재개발 등 모든 결정이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려는 도시의 빠른 발전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 도시가 반드시 옛 도시의 기억을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이야말로 세계화 시대 장기적 도시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들은 단기적 성장과 맞바꾸며 유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스터플랜은 오늘의 조건만을 근거로 할 수 없다. 앞으로 수십 년간 기온, 극한 강우, 홍수, 수자원 압력 등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신도시가 계속 콘크리트화되고, 호수와 연못이 메워지고, 녹지가 줄어든다면, 미래에 그 결과를 해결하는 비용은 초기 투자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현대 다목적 도시 계획은 하천, 호수, 공원, 생태축, 습지를 교통 시스템과 재생에너지 개발과 동등한 필수 인프라로 간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다목적 도시 지역의 성공은 계획뿐 아니라 거버넌스에 달려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마스터플랜도 실행이 미흡하면 곧 문서로만 남게 된다.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기반해 유연하게 갱신되고, 시민 참여와 투명한 감시가 보장된다면, 그 계획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게 된다. 하노이는 각 목표별 정량적 평가 지표, 부문 간 효과적 협력 메커니즘, 실질적 공동체 참여가 가능한 통합 도시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목적’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검증 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 내리는 모든 계획 결정은 경제 성장, 사회적 형평, 공동체 복지, 환경 보호, 문화 정체성 보존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하노이는 21세기와 그 이후까지 국가와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 위에 새로운 다목적 도시 지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