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업 육성 나선 베트남, 글로벌 기업서 교훈 찾는다

많은 경제 강국의 성장 배경에는 산업 전체와 공급망,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견인할 만큼 규모와 역량을 갖춘 대표 기업들이 존재한다. 베트남에서도 비엣텔, 빈그룹, 테크콤은행, 비나밀크와 같은 기업들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한국의 산업 및 기술 역량 강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선도 기업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삼성 뉴스룸)
삼성은 한국의 산업 및 기술 역량 강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선도 기업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삼성 뉴스룸)

세계 주요 경제대국들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국가의 성공은 선도 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왔다는 점이다. 한국이 삼성, 중국이 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독일이 지멘스·폭스바겐·SAP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국가가 단순히 시장의 자생적 성장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장기적인 발전 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혁신을 우선시하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며, 정당한 경쟁 이익을 보호해왔다.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특정 기업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해 정부와 함께 국가 성장과 위상 제고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중국·한국·독일에서 배우는 교훈...선도 기업이 국가 위상 바꿔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위챗을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슈퍼 앱’으로 발전시켜 전자결제, 상거래, 엔터테인먼트, 공공서비스 등 방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경제의 새 시대를 열어 수백만 기업이 국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화웨이는 매년 수십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중국이 추격자에서 세계 통신 및 첨단기술 분야의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공상은행(ICBC) 등 대형 금융기관이 경제에 자본을 공급해 투자와 무역 확대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들 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함에 따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도 함께 확대됐다.

한국은 선도 기업의 역할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전쟁으로 피폐했던 가난한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배경에는 대기업 집단의 성장이 있었다.

오늘날 삼성은 세계적인 스마트폰 및 반도체 칩 제조업체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국가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수십만 개의 직접·간접 일자리를 창출하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LG 역시 가전, 화학,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입지를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제너럴모터스, 현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독일은 또 다른 길을 걸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비자 기술 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및 제조 기업을 기반으로 국가 경쟁력을 쌓았다.

지멘스는 자동화, 인프라, 디지털 산업 등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세계 최대 산업기술 그룹 중 하나로, 독일 제조업의 역량을 뒷받침한다. 폭스바겐은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SAP는 유럽 최대의 기업용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로, ‘기업 경영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기업은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브랜드를 구축해 전 세계적으로 품질, 기술, 신뢰성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국가 대표 기업 생태계 구축 '절실'

베트남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정 국가의 모델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대표 기업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국영이든 민간이든, 기술, 농업, 식품, 금융·은행, 에너지, 인프라, 부동산 등 어느 분야에서든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베트남은 또한 베트남만의 정체성을 지닌 국가 대표 기업 육성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는 ‘국가가 주도하고 기업이 실행’하는 기존 모델에서 ‘국가가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전통적인 지원을 넘어, 기업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정책, 자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핵심 산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베트남은 AI, 반도체, 제조업, 청정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디지털 금융 등 장기적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장기 투자, 핵심 기술 확보, 글로벌 브랜드 구축을 장려하는 제도와 정책도 마련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베트남은 기초과학 연구 진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기초과학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활동이 아니라 21세기 국가 발전의 전략적 토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이미 기술·통신 분야의 비엣텔(Viettel), 산업·기술 분야의 빈그룹(Vingroup), 금융 분야의 테크콤은행(Techcombank), 식품 산업의 비나밀크(Vinamilk), 부동산 분야의 마스터라이즈 그룹(Masterise Group) 등 국가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더 많은 베트남 기업이 지역 및 글로벌 규모로 성장할수록, 이들의 결집된 힘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재정 기여를 넘어, 국내 공급망 발전, 혁신 촉진, 베트남 경제의 위상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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