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유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존과 단편적인 활용에만 집중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각 목적지를 통해 세계가 베트남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경험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산이 상징이 될 때
풍부한 유산 자원과 전국에 4만여 개의 역사·문화 유적지, 유네스코가 인정한 9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한 베트남은 뛰어난 유산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유리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베트남은 2019년, 2020년, 2022년, 2023년, 2024년, 2025년 등 6차례에 걸쳐 월드 트래블 어워즈(World Travel Awards)로부터 ‘세계 최고의 유산 관광지’로 선정됐다.
이는 베트남 유산의 탁월한 매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유산 관광지가 국가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지닌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는 2030년 관광 발전 전략에서 제시된 ‘유산과 민족 문화 정체성의 가치를 발휘해 경쟁력 있는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베트남 관광의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관점과도 일치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유산 관광지를 자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집트를 떠올리면 즉시 기자의 피라미드가 연상되고 인도를 말하면 타지마할이, 캄보디아를 생각하면 앙코르와트라는 종교적 경이로움이 떠오른다. 이처럼 유산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국가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각국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베트남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산 관광지가 부족하지 않다. 닌빈의 짱안 경관 복합지구, 다낭의 호이안 고도시, 꽝닌의 하롱베이, 꽝찌의 퐁냐-께방 국립공원 등은 각 지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자석일 뿐만 아니라 권위 있는 국제기구와 여행 잡지, 각종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인정받았다.
그러나 유명한 유산 관광지와 국가의 상징이 되는 유산 관광지 사이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한다.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이 유산의 가치를 상품, 경험, 고품질 서비스로 전환해 널리 영향력을 미치고 세계가 베트남을 즉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하게 인식되고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경험 통한 브랜드 포지셔닝
조안 티 타인 번 럭스 트래블 DMC(Lux Travel DMC) 대표이사는 고급 인바운드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이 특히 자연유산 분야에서 주변국보다 훨씬 아름답고 독특한 유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녀는 베트남 유산 관광의 약점으로 국제 무대에서 관광지 브랜드의 포지셔닝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번 대표에 따르면, 현대 여행객들은 단순히 명소를 방문해 사진을 찍거나 인증샷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목적지의 문화적 깊이를 탐구하고, 현지 생활 및 사람들과의 연결을 경험하길 원한다. 따라서 각 유산 관광지는 고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는 현지 주민들이 자연스러운 소박함과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적으로 관광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험의 진정성을 보존하고 유산의 ‘영혼’이 지역 공동체를 통해 가장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다.
또한 개별 관광지나 기업이 단편적으로 홍보 캠페인을 펼치는 대신 베트남은 국가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해 상징이 될 수 있는 관광지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독특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개발하며, 유산을 국제적으로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홍보해 국가의 문화 이미지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창덕궁과 같은 유산 관광지는 단순한 방문지가 아니라 영화, TV,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었다. 일본 역시 많은 유산 관광지가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축제 등에 등장한다. 이는 베트남이 참고하고 도입할 만한 접근법으로 유산 관광지를 단순한 지도상의 위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산되는 국가 문화 정체성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문화, 관광, 커뮤니케이션, 외교는 각자 분리되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이들은 유산을 장기적이고 통합된 홍보 전략 안에 두고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관광지 브랜드를 공동으로 구축해야 한다.
조너선 월리스 베이커 유네스코 베트남 대표는 유네스코가 항상 강조해온 것은 유산 등재 자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진정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정을 바탕으로 문화와 유산을 포용성과 함께 회복력 있고 사람 중심의 발전 전략의 중심에 두어, 사람과 공동체에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유산 관광 개발은 방문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제한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잘 설계된 규정, 의미 있는 지역사회 참여, 공정한 이익 분배 메커니즘은 보존 노력을 강화하고 방문객의 경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유네스코 베트남 대표는 유산이 공예 마을, 공공 공간, 공연 예술, 디자인, 새로운 문화 상품 등과 연결된 더 넓은 창의적 생태계 안에 위치해야 하며, 혁신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자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산의 가치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베트남은 젊은 창작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포괄적인 유산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가, 민간 부문, 지역사회 간의 협력을 강화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장기적으로 확산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여, 유산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 무대에서 문화적으로 독특하고 쉽게 인식되는 베트남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