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자이 넘어선 청년 영화인들의 베트남 이야기

학생들이 상당수 차지한 젊은 영화 제작자들의 작품이 베트남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유럽 전역의 관객들에게 전했다.

영화 '고난을 안고서'의 한 장면
영화 '고난을 안고서'의 한 장면

브뤼셀의 역사적인 중심지에 위치한 시네마 아방튀르(Cinéma Aventure)에서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객들이 베트남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을 관람했다. 브뤼셀에서 열린 사흘간의 프로그램은 프랑스와 벨기에, 체코 등 3개 유럽 국가 4개 도시에서 14회 상영을 진행한 ‘2026움직이는 베트남 문화(Viet Culture in Motion 2026)’의 대미를 장식했다.

아트 스페이스(Art Space)가 주최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하노이 5감’, ‘막후’, ‘배 제작소’, ‘장작 가마 도자기의 정수’, ‘산으로 문해력을’, ‘꽝푸카우 향 마을’, ‘고난을 품다’, ‘ZENG’ 등 다양한 작품이 상영되어, 베트남의 이야기를 해외 베트남인 사회와 국제 관객 모두에게 소개했다.

브뤼셀 영화관에서 만나는 베트남 이야기

시네마 아방튀르는 브뤼셀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길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상영 전, 관객들은 골목을 지나 영화관에 들어서며 베트남 사람들과 전통 공예, 문화 생활을 담은 사진 전시를 마주했다.

이번 행사는 유럽의 여름 휴가철, 문화 행사가 비교적 한산한 시기에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영회에는 주말을 영화관에서 보내는 현지 젊은이들, 리에주(Liège), 몽스(Mons), 헨트(Ghent) 등 타 도시에서 온 단체, 그리고 고향의 익숙한 모습을 다시 보고자 하는 해외 베트남인 등 다양한 세대와 국적의 관객들이 모였다.

특히 감동적인 사연도 있었다. 70대 후반의 한 해외 베트남인은 지하철 운행 중단과 도로 공사로 이동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영화관을 찾아와 상영이 끝난 뒤 제작진을 직접 만났다.

이번 프로그램은 베트남을 처음 접하는 국제 관객들도 끌어들였다. 스페인 출신 벨기에 거주자 막셀(Maxel)은 “동아시아 문화에 늘 매료되어 왔다"며 "이번 영화들이 베트남을 처음으로 접하는 계기가 되어서 조만간 꼭 베트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주최 측에 따르면, 프랑스, 벨기에, 체코에서의 긍정적인 반응은 베트남 사람들과 문화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처음 베트남을 접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

국가 이미지 알리는 일상 속의 이야기들

이번 영화들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나 익숙한 국가 상징 대신, 전통 공예 마을, 가족 식사, 뚜옹(Tuồng; 베트남 전통극) 공연, 노인들의 일상, 산간 지역의 교실 등 평범한 삶의 단면을 조명한다.

소박한 이야기와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감독들은 문화를 단순히 보존해야 할 유산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현대 사회에서 계속 이어가고 재해석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고난을 안고서’로 배 위에서 살아가는 남성들의 삶을 그려 이번 영화제의 주목을 받은 쩐 늇 롱 감독은 “한 곳에 애착이 생기면 그곳의 이야기를 전할 애정과 약간의 용기가 생긴다"면서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과 친구가 되어 함께 생활하며 진짜 현실을 담고자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현실은 정체성이 풍부하고 소중히 여길 가치가 있지만, 동시에 변화와 인정을 필요로 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영화들은 실제 이야기, 실제 인물, 일상적 경험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베트남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것이 바로 젊은 감독들이 국제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익숙한 고정관념에 기대지 않고, 사람과 일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다.

공동체를 잇는 영화

이번 행사의 공동 주최자인 브뤼셀 베트남-태평양 문화센터 대표 응우옌-드 프렐레 꾸인 아이리스는 “베트남 문화는 아오자이와 춘권만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융합적인 행사, 현지 공동체와 소통하는 다양한 활동도 포함한다"며 "영화는 별다른 설명이나 해석 없이도 자연스럽게 관객을 사로잡는 예술 형식”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몽스에 거주하는 해외 베트남 교민인 봉은 “이제 나이가 들어 여행을 자주 할 수 없지만, 이 영화들이 고향의 모습을 우리 곁으로 가져다주었다"며 "오랜 세월 마음속에 간직해온 추억을 건드렸다”고 했다.

‘움직이는 베트남 문화’ 조직위원회 대표 응엠 팜 푹 아인은 “우리는 베트남의 이야기를 세계에 자신만의 목소리로 전할 수 있는 젊은 세대를 키우고자 한다"면서 "정체성, 뛰어난 가치, 영감을 주는 이야기라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회, 더 나은 도구, 그리고 창의적으로 현대적으로 이야기를 전해 국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수십 분 남짓한 영화 뒤에는 독립 제작팀의 수개월에 걸친 준비와 노력이 숨어 있다. 독립 프로젝트인 만큼, 팀원들은 연출이나 촬영뿐 아니라 주제 조사, 대본 개발, 촬영, 편집, 후반 작업 등 거의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한정된 예산과 장비로 작업하면서 인내심, 자기주도적 학습, 다방면의 역할 수행 능력이 요구됐다.

제작상의 어려움을 넘어 감독들은 문화적 ‘번역’이라는 복잡한 과제도 마주했다. 작품이 원래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국제 관객에게 공감받으려면, 전문 용어를 영어, 프랑스어 등 현지 언어로 번역하는 것부터, 베트남 특유의 개념과 맥락, 뉘앙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까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선 노력이 필요했다. 베트남 문화 경험을 국제 관객이 이해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

레 마이 프엉 ‘막후(Mac Hau)’ 제작팀은 뚜옹 배우들의 무대 뒤 삶을 그린 이 다큐멘터리의 메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것은 존중에서 시작합니다. 전통 예술을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으로 보지 마세요. 그 예술을 지키는 사람들의 강인함을 바라봐야 합니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영화에서 타인 프엉은 뚜옹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DJ로 일하고, 우리는 현대적 촬영과 편집 기법으로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든 젊은이는 자신만의 현대적 강점을 통해 전통을 이어가고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않는 한, 그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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