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접어든 영화산업...생태계 구축은 '숙제'

베트남 영화가 지난해 국내 박스오피스 시장 점유율의 60%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올해 초 몇 달 동안 이 비율은 70%를 넘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가가 반드시 안정적인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대부분의 수익이 여전히 일부 흥행작에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시장과의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제 과제는 이 성장 모멘텀을 어떻게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영화 '레드 레인'의 한 장면. (사진: 제작사)
영화 '레드 레인'의 한 장면. (사진: 제작사)

급속하지만 불균형한 성장

올 상반기, 30편이 넘는 베트남 영화가 개봉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70% 증가한 수치다. 이 중 8편은 매출이 1,000억 동을 돌파했다. 장르 또한 드라마, 가족영화, 공포, 판타지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중규모 프로젝트의 제작비가 일반적으로 1,000억~1,300억 동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이제는 양보다 질에 ‘베팅’할 만큼 제작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수익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의 여러 한계가 드러난다. 응우옌 투 하 전 영화국 부국장은 2025년 기준 55편 이상의 영화가 극장에 개봉되어 3조7,000억 동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시장 점유율도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 부국장은 이러한 성장이 아직 안정적인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수익이 극히 일부 성공작에 집중되어 있고, 선두 그룹과 나머지 작품들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별 영화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의 운영 메커니즘에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처럼 불균형한 시장 성장은 베트남 영화계에 위험 분담과 자원 연결을 담당할 중개 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응우옌 티 투 프엉 베트남 국립문화예술체육관광연구원 원장은 업계가 이미 기획, 제작, 배급, 시장, 관객 등 모든 단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 단계들이 단기적으로만 연결되어 있고 여전히 분절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기금, 프로젝트 개발 센터, 프로젝트 마켓이 부재한 탓에 영화인들은 창작, 자금 조달, 제작 연결, 유통까지 너무 많은 역할을 떠맡고 있다.

이로 인해 베트남 영화가 국제 시장에서 거둔 성공은 대부분 고립된 사례에 그치고 있다. 공로예술가인 부이 쭝 하이 감독은 베트남 영화가 국제 흐름에 최대한 빠르고 강하게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체계적인 시스템과 제대로 훈련된 영화인 세대, 그리고 적절한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뢰받는 영화 시장 구축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 최근 마련됐다. 8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 영화국과 글로벌 전시컨벤션 주식회사(GloEx)는 오는 11월 말 하노이에서 열릴 제8회 하노이국제영화제와 연계해 ‘베트남 영화 및 디지털 콘텐츠 마켓’ 개최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영화제가 저작권 거래, 공동제작 협상, 투자 유치 등 진정한 영화 마켓을 포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상영 및 시상식 외에도 상업적 교류가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당 쩐 끄엉 영화국장은 베트남 영화 콘텐츠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국제 관객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영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국제사회에 소개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상업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끄엉 국장은 현대적 영화 행사는 단순히 축제에 그치지 않고 상업적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이것이 시장을 형성하고 산업 전체를 촉진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15개국 이상에서 100여 개 기업 및 브랜드, 200여 개 부스가 참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강력한 영화 시장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GloEx의 이사회 의장 웡 치앙 탓은 이번 행사의 목표가 베트남 기업과 전 세계의 잠재적 파트너—바이어, 배급사, 제작자, 투자자, 콘텐츠 파트너—를 연결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영화국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민간기업 GloEx에 조직 일부를 위임해 인프라 구축과 국제 파트너 연결을 맡긴 것은, 아직 젊은 산업에 실질적인 선택이다. 국가는 자원이 제한적인 반면, 민간 부문은 조직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가 먼저, 시장은 그 뒤를 따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화 마켓이 베트남 영화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당 쩐 끄엉 국장은 앞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영화 마켓 관련 활동을 실행할 수 있는 제도 완비와 적절한 메커니즘 개발을 꼽았다.

명확한 법적 틀이 마련되면 기업들은 장기 투자에 안심할 수 있고, 저작권 및 제작 협력에 대한 투명한 메커니즘이 갖춰지면 외국 파트너들도 자본 투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따라서 영화 마켓은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는 실질적 단계일 뿐,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베트남 영화 및 디지털 콘텐츠 마켓 개최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따꽝동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번 협력은 베트남이 처음으로 새롭고 필요한 분야로 확장하는 완벽한 결합”이라며, “베트남 문화 발전에 관한 정치국 결의 제80호는 국가 문화의 새로운 발전 단계를 열었고, 문화산업을 베트남이 세계와 더 깊이 통합하는 전략적 선봉으로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응오 프엉 란 베트남 영화진흥협회 회장은 베트남 영화계가 여전히 창작, 제작, 배급, 인재 양성, 시장 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마켓, 영화 기금, 프로젝트 개발 센터, 세제 정책 등은 모두 퍼즐의 한 조각이며, 전체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은 베트남 영화계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시장, 중개 기관, 인적 자원이 동시에 움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상시적 생태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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