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정부 모델에서 변화하는 기술의 역할
과거에는 시민들이 행정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군 단위에서부터 읍·면·동 단위까지 직접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베트남이 전례 없는 행정체제 개혁을 단행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기존의 3단계(성–군–읍/면/동) 모델에서 2단계(성–읍/면/동) 모델로 전환한 것이다.
이 변화로 인해 읍·면·동 단위의 규모와 업무량이 여러 배로 확대되는 새로운 현실이 만들어졌다. Viettel Solutions 스마트시티 운영센터(IOC) 듀옹 꽁 득 소장에 따르면, 기존에 군 단위에서 처리하던 행정 서비스 업무의 약 85%가 이제 읍·면·동으로 이관됐다.
예를 들어, 인구 880만 명이 넘는 하노이의 경우, 행정체계 개편 이후 시가 직접 관리하는 읍·면·동 수가 기존 526개에서 약 126개로 줄었다. 이는 각 읍·면·동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이 여러 배로 늘었음을 의미하며, 시스템은 시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민원, 서류, 공공서비스 요청을 접수·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득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예전처럼 수작업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면, 시민 및 기업 서비스, 행정 관리, 사회경제 발전 촉진, 미래 계획 수립 등 정부의 네 가지 핵심 기능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아라고 말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기술의 역할은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행정체계 운영의 필수적 ‘소프트 인프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디지털 전환이 부분적인 지원에 그쳤지만, 이제는 기술이 정부 운영을 전면적으로 뒷받침하는 절대적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힘의 핵심은 성과 읍·면·동 간 모든 행정 절차를 표준화하고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복잡한 절차가 매끄러운 디지털 프로세스로 전환된다. 데이터는 12개의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330개의 분야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연결·공유되어 정보의 ‘섬’을 없앤다.
이로 인해 서류 처리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시민들은 지역에서 즉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동시에, 각 성·시의 지능형 운영센터(IOC)를 통해 중앙집중식 모니터링과 관리가 가능해지면서도,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다낭의 디지털 전환
2단계 정부 모델 전환에 성공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지역 중 다낭시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낭시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행정 관리의 효과적인 조력자로 삼아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성과를 내고 있다.
2단계 행정체계로 전환하기 전부터 다낭시는 시 단위 IOC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7개 군 단위 IOC도 효율적으로 운영해왔다. 또한, 통합적이고 상호연결된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합한 디지털 프로세스 최적화 준비도 마쳤다.
다낭시에서는 과학기술국이 시 지도부에 IOC를 활용한 공공서비스 제공률 모니터링 및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IOC는 전체 절차, 정시 처리율, 지연 처리율, 신규 이슈 등 KPI를 설계하고, 시스템을 통해 실적을 추적한다.
이 덕분에 다낭시 지도부는 각 서비스센터의 일일 운영 상황(혼잡 여부, 적체 수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인력 조정이나 적절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시 서비스 제공률이 높지 않고 정보도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았으나, IOC 도입 이후 다낭시의 공공서비스 정시 처리율은 크게 향상되어, 일부 분야는 90%를 넘고, 일부는 100%에 근접하고 있다.
가장 큰 혁신은 다낭시의 ‘선제적 공공행정’ 모델(신규)이다. 이는 행정통합 전 2개월 이상 먼저 꽝남성에서 시범 운영된 바 있다. 선제적 공공행정은 시스템이 시민의 필요를 자동으로 파악해, 공공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현재 다낭시는 16개 읍·면·동에서 8가지 선제적 공공행정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주요 서비스는 선제적 출생신고, 선제적 학교 입학 및 등록, 의료행위 면허 갱신, 관광가이드 면허 갱신/재발급, 저소득층 지원, 수의사 면허 및 동물약품 영업허가 갱신, 운송업 허가 갱신/재발급, 주택 건설 관련 서류 지원 등이다.
선제적 공공행정이 가져온 변화는 타 지역 시민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꽝남 종합병원에서 시범 운영된 선제적 출생신고의 경우, 과거에는 부모가 출생증명서를 들고 읍·면·동 사무소에 방문해 출생신고를 해야 했다. 이제는 병원에서 출생기록을 발급한 뒤, 부모가 주민등록번호만 제공하면 된다.
병원 시스템이 국가 인구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연동되어, 아버지의 휴대폰으로 아이의 이름을 묻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이름을 정해 문자로 회신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정보를 민원 담당 부서로 전송해 출생증명서를 발급한다. 며칠 후, 증명서는 가족에게 직접 전달된다.
현재 다낭시는 27개의 선제적 공공행정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 확대가 아니라, 기술이 시민과 기업을 위해 깊이 있고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2단계 정부는 시민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행정 절차를 진정한 디지털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