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되살아나는 기억
이번 전시에는 베트남 여성연맹 초대 회장들의 초상화와 20여 장의 여성 영웅 열사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각 사진은 용기와 애국심, 그리고 젊음을 조국에 바치고자 했던 열망으로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쩐 홍 중(Tran Hong Dung) ‘영원한 스무 살’(Mai mai tuoi 20) 클럽 부회장은 “저항전쟁 시기 수백만 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일어나 싸웠고, 그중 많은 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 쓰러졌다”고 밝혔다. 이들의 정신은 60년 전(1965–2025) 호찌민 주석이 베트남 여성들에게 수여한 ‘영웅적이고, 불굴하며, 충성스럽고, 용감하다’는 금언에 영원히 새겨져 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병사의 마음’(Soldiers’ Hearts) 단체의 젊은 예술가들은 흑백 초상화를 컬러로 복원해, 베트남 여성의 영원한 아름다움에 새로운 시각을 더했다.
각 초상화는 저항전쟁에서 용기와 애국심, 그리고 젊음을 조국에 바치고자 했던 열망으로 살아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회에서는 닷도(Dat Do) 출신의 젊은 여성 보 티 싸우(Vo Thi Sau)의 맑은 눈과 평온한 얼굴이 담긴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용감히 싸우다 생을 마감하며 불명의 애국심 상징이 되었다.
작가 당 브엉 훙(Dang Vuong Hung) ‘병사의 마음’ 단체 회장은 “예술가들이 복원한 그녀의 흑백 감옥 사진에는 소박한 ‘바바’(남부 베트남 전통 블라우스)와 흑백 체크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담겼다. 완성된 초상화에서 그녀의 얼굴은 순수함과 강인함, 온화함과 결연함이 동시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의사이자 순국열사인 당 투이 짬(Dang Thuy Tram)의 초상 앞에서는 많은 젊은 관람객들이 묵념했다. 하노이 리트엉끼엣 고등학교(Ly Thuong Kiet High School) 학생 응우옌 민 안은 “당 투이 짬의 일기를 여러 번 읽었다. 그것은 야전 의사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전쟁 속 젊은이들의 연민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열망이 담긴 영웅적인 찬가”라고 전했다.
띠엔장(Tien Giang) 출신의 순국열사 레 티 홍 감(Le Thi Hong Gam)의 초상에서는 우아함과 용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그녀는 16세에 혁명에 참여했고, 18세에 지역 민병대 부지휘관이 되어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땅을 지켰다. 19세에 포로가 되었지만, 적의 헬리콥터를 격추시키고 쓰러졌다. 그녀의 용기는 세대를 넘어 자랑이 되었고, 음악가 팜 투옌(Pham Tuyen)의 노래 ‘홍감의 날개’(Nhung canh chim Hong Gam)로 영원히 남았다.
여성 영웅 응우옌 티 민 카이(Nguyen Thi Minh Khai), 호앙 응안(Hoang Ngan), 레 티 리엥(Le Thi Rieng), 막 티 부오이(Mac Thi Buoi)의 초상은 지하 투쟁과 감옥 생활의 비극적이면서도 영웅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오늘날 세대에게 용기와 애국심을 심어준다.
응우옌 티 뚜옛(Nguyen Thi Tuyet) 베트남 여성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세대를 넘어 여성의 힘과 지혜, 리더십의 이야기를 기리고, 나누며, 확산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자긍심의 역사를 이어가다
남수단에서는 군병원 120 소속 간호사 부이 하이 투언(Bui Hai Thuan) 중위가 유엔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백 명의 환자를 돌보며, 친절하고 강인한 베트남 여성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2024년, 그녀는 자원하여 아프리카 파병 베트남 평화유지군에 합류했다.
연구실에서는 응우옌 티 히엡(Nguyen Thi Hiep) 부교수 겸 박사(호찌민시 베트남국립대학교 국제대학 교수, 아시아 100대 여성 과학자 중 한 명)가 바이오소재 연구에 매진하며, 베트남 재생의학의 세계 진출에 기여하고 있다. 그녀는 로레알-유네스코 재단이 수여하는 ‘세계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마이 끼에우 리엔(Mai Kieu Lien) 비나밀크(Vinamilk) CEO가 미국 포춘(Fortune)지 선정 ‘2025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학계에서는 응우옌 티 란(Nguyen Thi Lan) 베트남 국립농업대학교 총장이 코발레프스카야상(Kovalevskaia Award)을 수상하고 ‘농민의 과학자’로 불리며 영예를 안았다.
기술 분야에서는 보 응옥 민 안(Vo Ngoc Minh Anh) 호찌민시 베트남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데이터과학과 학생이 인공지능(AI) 연구에 매진하며, 과학을 사람을 위해 활용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2025년, 그녀는 호찌민 공산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가 수여하는 ‘베트남 여성 과학기술 학생상’ 수상자 20인에 선정됐다.
과학자, 기업인, 의사, 평화유지군 등 어떤 분야에 있든, 이들은 모두 아름답게 살며, 온 마음을 바쳐 헌신하고,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베트남 여성박물관은 유산의 디지털화에 힘써, 수만 장의 사진과 유물, 베트남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첨단 기술 플랫폼에 아카이빙하고 있다. 가상 360도 투어, AI 복원 사진전, 3D 오디오 스토리텔링 등으로 과거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디지털화를 통해 유산은 보존될 뿐 아니라 널리 공유되고 있다.
박물관은 유네스코, 유엔 여성기구(UN Women), 구글 아트&컬처(Google Arts & Culture)와 협력해 베트남 여성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응우옌 티 딘(Nguyen Thi Dinh) 장군, 영웅적 베트남 어머니 응우옌 티 투(Nguyen Thi Thu), 외교관 응우옌 티 빈(Nguyen Thi Binh)의 초상은 애국심, 불굴의 의지, 평화에 대한 열망의 상징이 되었다.
박물관의 ‘영원한 스무 살’ 초상에서부터 디지털 시대 여성들의 얼굴까지, 세대를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국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일어나 나아가는 의지와 힘이다. 저항전쟁 속에서 이들은 피와 눈물로 영웅 서사를 썼고, 오늘날 새로운 전선에서는 지식과 창의, 연민으로 베트남 여성의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