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양자 기술 허브' 꿈꾸는 베트남..."충분히 도전 가능"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이어, 양자 기술이 주요 강대국들 사이에서 새로운 기술 경쟁의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발전 기조는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양자 기술 개발에 관한 전략적 수준의 프로젝트 완성을 당부한 데서 뚜렷이 드러난다.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 응우옛 안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 응우옛 안

AI,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기술 표준과 시장 생태계가 대기업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형성돼왔다. 그러나 양자 기술은 주요 강대국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적기에 움직이고 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국가들에게는 특별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

양자 기술 격차 좁히기

최근 중앙 과학기술 발전, 혁신 및 디지털 전환 지도위원회 상임위원회 실무 회의에서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사회경제 발전과 국가 방위 및 안보 보장을 위한 양자 기술 연구, 응용 및 개발”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려면 보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는 국가 전략의 문제로, 디지털 주권, 데이터 보안, 경쟁력, 미래 국가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비록 늦게 시작하지만, 결코 느리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며 “인식은 빠르고, 기반은 견고하며, 실제 역량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정확히 식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제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양자 기술 경쟁은 아직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 기술 표준은 여전히 형성 중이며, 많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베트남 최초의 양자 기술 및 혁신 조직인 쿠아노바(Quanova)의 CEO 겸 공동 창립자인 로시 응우옌은 “지금부터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투자한다면, ‘따라잡기’가 아니라 ‘함께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나 AI 분야에 베트남이 진입했을 때는 이미 표준이 정립되어 있었고, 후발주자의 역할도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양자 기술 분야에서는 선도국조차도 여전히 실험 중이며, 어느 나라도 절대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국내 과학자들의 평가와도 일치한다. 베트남 과학기술원 원장인 쩐홍타이 교수는 “양자 기술은 어려운 분야이지만, 적절한 전략만 있다면 베트남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적 자원, 연구 인프라, 제도 등 세 가지 핵심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인적 자원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양자 기술은 물리학, 수학, 컴퓨터 과학, 광학, 반도체, 인공지능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고도의 융합 분야다. 베트남은 조속히 양자 기술 분야의 석사, 박사, 공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더 많은 대학원생을 세계 유수 연구센터에 파견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베트남의 강점 중 하나는 세대를 아우르는 수학 및 이론물리학의 전통이다. 이는 양자 기술이 매우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전 세계 주요 연구센터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과학자 커뮤니티 역시 베트남이 글로벌 기술 흐름과 신속히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쩐홍타이 교수는 “잠재력과 실제 역량 간의 격차가 여전히 큰 도전”이라며, “국가 차원의 통합적 조정 메커니즘이 없으면 자원이 분산되고, 각 기관의 투자가 중복되며, 핵심 역량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과학기술원이 ‘허브-노드’ 모델에 기반한 국가 양자 기술 센터 설립을 제안했다며 중앙 허브는 대학, 연구소, 기업, 국방·안보 기관을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향 아래, 개별 기관의 분산 투자 대신 베트남은 핵심 실험실, 공동 장비 시스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수 연구 그룹 구축에 집중하게 된다.

연구에서 국가 역량으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양자 기술 발전 프로젝트에서는 다섯 개의 우선 분야가 선정됐다. 특히,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포스트-양자 암호화와 양자 통신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래에 충분히 강력한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기존의 많은 암호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이는 데이터 보안, 금융 보안, 국가 안보에 전례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양자 하드웨어에 대한 대규모 투자보다, 양자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 개발이 베트남의 강점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드웨어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쩐홍타이 교수는 “알고리즘 개발, 소재 시뮬레이션, 물류 최적화, 양자 인공지능 등 분야를 통해 베트남도 양자 가치사슬에 깊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베트남국립대학교는 지난해 5월 15일, 양자기술연구소를 공식 설립했다. 주요 목표는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응우옌꿕흥 양자기술연구소 소장은 “2026년 하노이 베트남국립대학교 산하 국제대학교와 협력해 베트남 최초의 양자통신 석사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 측면에서도 양자 기술 생태계 조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Viettel, VNPT, FPT 등 통신, 반도체, AI, 사이버보안 분야의 대기업들이 베트남 미래 양자 생태계의 핵심 주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양자 기술이 진정한 전략적 기술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큰 과제가 바로 제도적 메커니즘이다.

양자 기술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위험이 크며, 단기간에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즉각적인 성과를 요구하거나 경직된 재정 메커니즘 등 기존의 관리 방식이 적용된다면, 실질적인 돌파구를 만들기 어렵다.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과학 연구 평가 방식의 개혁, 통제 가능한 위험의 수용, 정직한 과학적 실패와 낭비 또는 형식주의의 명확한 구분”을 주문했다.

이는 과학자들이 어렵고 장기적인 문제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으로 여겨진다.

로시 응우옌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과 양자 통신이 총리 결정 제1131/QD-TTg에 따라 국가 전략 기술 목록에 포함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그는 “체계적인 투자와 2~3개 우선 분야 집중, 10~15년간의 지속적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베트남은 충분히 동남아 양자 기술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이 아직 출발선에 있을 때 ‘기회의 창’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발전의 역사에서는 후발국이 결단력이나 전략적 비전이 부족해 기회를 놓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양자 기술 분야에서 베트남은 전혀 다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기술의 미래를 첫걸음부터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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