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경쟁,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세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이 시기에, 한때 모범으로 여겨졌던 발전 모델들조차도 중대한 조정을 겪고 있다.
자유시장 모델은 점점 더 심화되는 사회적 분열에 직면해 있고, 복지국가는 고령화와 성장 둔화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많은 산업 경제국가들은 기술 및 지정학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본질적인 문제가 특정 모델의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고 시대의 대전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투명한 국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이 요구는 베트남이 변동성과 치열한 경쟁이 특징인 세계에서 고소득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국가마다 모델도 제각각...원형 복제 '어불성설'
베트남의 경우, 어떤 모델이든 원형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베트남은 오랜 전쟁을 겪었고 낮은 경제 기반에서 출발했으며, 인구가 많고,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위치에 있으며, 농업 경제에서 현대 산업 경제로 전환 중인 독특한 특성을 지닌 국가이다. 이러한 조건은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충분히 빠른 발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모델을 요구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기존의 어떤 모델도 온전히 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세기의 성공 공식이 21세기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전환, 기술 경쟁, 비전통적 안보 위협의 시대는 국가 역량의 근간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구시대적 발전 경로를 고수하는 국가는 번영에 이르기도 전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결정적 요인은 모델의 이름이 아니라 국가 거버넌스의 질에 있다. 비슷한 시장경제 체제를 운영하더라도 어떤 국가는 기술 강국이 되는 반면 다른 국가는 장기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강한 국가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어떤 국가는 비약적 발전을 이루는 반면, 다른 국가는 수십 년간 정체될 수 있다. 이는 발전의 본질이 이론적 구호가 아니라 거버넌스 역량, 투명성, 국민 역량 결집에 있음을 보여준다.
발전국가 모델 차이도 '확연'
국제적 경험과 베트남의 현실을 종합할 때, 가장 적합한 모델은 발전국가와 현대적 시장경제,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지향이 결합된 형태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모델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부상을 분석한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국가는 절대적 자유시장 원칙도, 경직된 중앙계획 경제도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국가가 장기 발전을 전략적으로 이끄는 중간 경로를 선택했다.
전후 일본이 대표적 사례이다. 일본 정부는 산업 제조, 과학기술, 수출을 중점적으로 이끌었고 기업에는 경영의 자율성을 부여했다.
대한민국은 교육, 중공업,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며 발전했다. 싱가포르는 효율적이고 투명한 행정과 탁월한 전략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을 구축했다.
이들 모델의 공통점은 국가는 경제활동의 모든 측면을 관리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성 유지, 국가 전략 수립, 미래 투자, 기업 성장에 유리한 환경 조성 등에서 충분히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베트남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국가 역량의 핵심은 거버넌스
현대 세계의 가장 큰 교훈은, 국가의 힘이 더 이상 천연자원이나 값싼 노동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뒤처지는 반면,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이 기술과 금융의 글로벌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점점 더 결정적인 요인은 제도와 국가 거버넌스의 질이다.
현대 국가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신뢰를 보장해야 한다. 안정 없이는 장기 투자 유치, 첨단 기술 개발, 지속 가능한 국가 전략 추진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국가는 투명하고 효과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청탁·특혜'식 메커니즘을 최소화해야 한다. 절차적 비용이 과도하거나 기득권이 국가 자원을 독점하면 경제의 혁신 역량이 저하된다.
무엇보다 국가는 미래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교육, 과학기술, 전략적 인프라, 인적 자본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분야는 시장의 힘만으로는 충분히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방향 제시가 필수적이다.
초기 올바른 길에 접어든 베트남
도이머이(Đổi Mới) 개혁 40년을 돌아보면, 베트남은 경제 개방과 국가의 규제·지도 역할을 결합함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한때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베트남은 오늘날 세계 유수의 농산물 수출국이 됐다. 고립과 제재에서 벗어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깊이 통합되었고, 다수의 외국 기업이 선호하는 투자처로 부상했다.
전자, 정보기술, 통신, 스마트 기기 제조 등 새로운 산업이 형성됐고 교통 인프라, 도시 개발, 디지털 전환도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진전됐다.
특히 민간 부문이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첨단 기술, 제조업, 디지털 서비스, 전략 인프라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베트남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 자원 채굴, 대규모 투자 주도 성장에만 의존할 수 없다. 다음 단계에 적합한 길은 현대적 제도, 역동적 시장경제, 과학기술, 국가 내부 역량에 기반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국가는 전략, 법적 틀, 거버넌스 역량에서 강해야 하지만 행정적으로 경제를 직접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민간 부문이 진정한 성장, 혁신, 국가 생산성 향상의 중심 동력이 되어야 한다.
2026년 이후 두 자릿수 GDP 성장률 달성 목표는 강한 발전 의지, 혁신 정신, 베트남을 새로운 도약 단계로 이끌겠다는 결의를 반영한다. 이는 제도 개혁, 경쟁력 강화, 사회적 자원 동원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목표다.
그러나 국제 경험에 따르면, 높은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은 노동생산성, 투자 효율성, 인적 자원 질, 과학기술 역량, 건전한 국가 거버넌스에 기반할 때만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핵심 과제는 단순한 성장 속도가 아니라 경제가 발전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 기반을 강화하는 역량이다.
베트남의 현 조건에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거시경제 안정, 성장의 질 개선, 경제 회복력 강화가 장기 발전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반을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하게 구축할 수 있다면 베트남은 더 빠른 성장뿐 아니라 더 높은 효율성, 강한 자립성, 21세기 글로벌 경제·정치 무대에서의 위상 제고라는 새로운 발전 단계에 자신 있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