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베트남 기술 인정...5G 상용화 글로벌 무대에 '성큼'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들

베트남 Viettel 그룹의 자회사인 Viettel High Tech가 2025년 Gartner의 CSP 5G RAN 인프라 솔루션 매직 쿼드런트(Magic Quadrant)에서 ‘틈새 시장 플레이어(Niche Player)’로 선정되며, 베트남 기술이 5G 상용화의 글로벌 무대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Viettel High Tech는 이제 삼성, 화웨이, 에릭슨 등 업계 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글로벌 관점에서 수십 개의 대기업이 각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 소식이 대단치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호다. 이제 베트남은 신흥국들이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기술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무대에 진입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Gartner의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실제 시장에서의 수용을 입증하고, 실질적인 상용화 사례를 제시하며, 독립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 Viettel High Tech는 단순히 신생 기업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기에 인정받은 것이다.

이 이정표의 이면에는 지식을 흡수하고 완전히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 Qualcomm의 부총괄 이사인 헤라르도 지아레타는 5G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매우 복잡하며, 막대한 노력과 깊은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인정은 베트남 엔지니어들이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이 역량은 통신, 전자, 자동화 분야에서 오랜 세월 프로젝트를 뒷받침해온 여러 세대 엔지니어들의 축적된 노력의 산물이다. Gartner의 평가는 계속 성장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성과는 더 넓은 질문을 던진다. 베트남 기업이 핵심 통신 기술을 정복할 수 있다면, 반도체와 전기공학 분야도 불가능할 이유가 있을까?

도약을 위한 세 가지 축

핵심 기술은 산업 인프라의 가장 깊은 층을 이루며, 한 국가의 자립성과 경쟁력을 결정한다. 전기 분야의 핵심 기술을 정복하기 위해 베트남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진정한 연구 수요를 창출하는 선구자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 기술적 도전을 감수하고, 설계와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장비를 수입하는 것만으로는 칩, 시스템 아키텍처, 전력망 제어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를 양성할 수 없다.

둘째, 베트남은 일관되고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핵심 기술을 정복한 국가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베트남 역시 전기 산업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목표는 모든 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 반도체 칩 시스템, 전력망 제어 시스템, 스마트 송배전 장비의 설계, 통합, 제어, 테스트 등 핵심 단계의 기술을 정복하는 데 있다.

셋째, 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지식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연결고리 없이 반도체나 전기 기술을 정복한 국가는 없다.

기업이 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대학은 효과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없고, 연구기관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지 않으면 기업은 더 높은 부가가치 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

이러한 생태계는 베트남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공동 연구 인프라, 공동 투자 프로그램, 데이터 공유 메커니즘, 국내외 전문가 네트워크 등 보다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반도체와 신소재 분야는 수십 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온 대기업과 국가들이 공급망, 특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연구 자원, 지원 산업, 내수 시장이 제한적인 베트남에게 가장 현실적인 길은 전략적 틈새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질 때, Gartner 매직 쿼드런트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는 더 이상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베트남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궤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