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학술 판본, 국제 번역 프로젝트, 연극 각색과 민속 공연, 교육 활동과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 명작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해왔다. 작품의 미학적·인문정신과 베트남 문화의 정수는 점점 더 역동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재발견되고 확장되며 창의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끼에우전’을 현대 생활로 이끌다
하띤성의 계획에 따르면, 위대한 시인 응우옌 주(阮攸) 탄생 260주년 기념 행사는 탄센광장(탄센동)에서 ‘위대한 시인 응우옌 주 – 빛나는 인류애의 심장’이라는 예술 프로그램과 함께 개최된다. 현대 공연 기술을 접목한 다층 무대가 정교하게 설치될 예정이다.
중앙 및 지역 예술단체 소속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빛과 음악의 언어를 통해 ‘끼에우전’의 감정의 층위, 운명, 인문정신을 재현한다. 이는 명작을 현대 무대에 올리고 전통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다. 이와 함께 끼에우를 주제로 한 전통 민속 공연과 낭송, ‘끼에우전’에서 영감을 받은 서예, 그리고 응우옌 주가 창조한 인물과 이야기에 기반한 민속놀이 등 문화적 깊이가 담긴 다양한 활동이 펼쳐진다. 특히 그의 고향 띠엔디엔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공연, 낭송, ‘끼에우와 함께 살아보기’에 참여하는 민속 축제가 계획되어 있다.
학계와 출판계에서도 ‘끼에우전’에 관한 새로운 연구서, 주석본, 비교판 등이 일반 독자와 전문가 모두를 위해 출간되고 있다. 이들 출판물은 텍스트에 대한 지식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젊은 독자층에 어울리는 시각적 구성도 제공한다. 응우옌 주와 ‘끼에우전’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와 세미나도 준비 중이며, 국내외 언어학자, 텍스트 연구자, 문화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특히 여러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이 명작을 다양한 언어로 소개하고, 번역 실천에 관한 국제 토론회도 열려 세계적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도 지난 5년간 많은 연출가, 예술가, 현대 디자이너들이 ‘끼에우전’을 새로운 형식으로 접근해 다양한 예술 장르, 디지털 아트, 비디오 아트, 현대 음악,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인터랙티브 전시 등을 융합하며 오늘날의 시각·기술 환경과의 대화를 넓혀가고 있다.
수많은 극장과 예술가들이 응우옌 주의 명작에 새로운 미학적 길을 모색해왔다. 이 흐름의 대표적 사례는 호찌민시 발레·심포니 오케스트라(HBSO)의 ‘발레 끼에우’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2020년 6월 20일, 응우옌 티 투옛 민 감독·안무로 초연된 이 작품은 발레의 세련된 움직임 언어와 민속무용 요소를 결합해 끼에우의 운명을 그려내며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현대 공연 기술과 민족적 정체성의 융합을 통해 ‘발레 끼에우’는 고전 문학의 무대화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발레는 2025년 새로운 에너지의 출연진과 함께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현대 미술계 역시 시각적·인터랙티브 공간을 통해 작품의 정신을 재생산하고 있다. 다낭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영국문화원과 주요 기술 파트너의 ‘2025 문화로의 연결’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대규모 멀티미디어 전시로 ‘끼에우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전통적 삽화 형식을 벗어나 비디오 아트, 디지털 아트, 일러스트, 그래픽 디자인, 설치, 빛, 소리 등 다양한 매체를 선보인다. 전시 공간은 끼에우의 세속적·내면적 여정을 감정의 경로로 나누고, 여성의 운명, 선택의 권리, 희생의 의미, 자유의 정신 등 현대적 질문과도 맞닿는다.
더 깊고 실질적인 투자 필요성
‘끼에우전’이 예술 각 분야에서 강한 창의력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많은 전문가와 예술가들은 이 거대한 유산이 진정한 위상으로 현대 생활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더 깊고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투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응우옌 당 디엡 문학연구소 소장(부교수·박사)은 “끼에우전은 다층적 예술 구조를 지닌 작품”이라며,
“모든 문장과 이미지는 서사 구조와 문화적 알레고리와 연결되어 있다. 만약 이를 응우옌 주의 미학적 맥락에서 분리하거나 일시적 유행에 맞춰 임의로 해석한다면, 창작은 원작의 정신에서 쉽게 벗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움”이란 작품을 피상적으로 바꾸거나 ‘현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문정신·철학적 깊이·응우옌 주가 공들여 창조한 육팔체(육팔시)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견해를 공유하는 미술평론가 응우옌 안 투안은 문화유산을 현대 미술에 통합하는 데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명작은 상징의 생태계를 지니며, 끝없는 변형이 가능하다. 현대 예술가는 텍스트에 얽매일 필요 없이 새로운 재료로 접근해 각 예술 형식이 또 하나의 성찰의 차원을 열 수 있다. 예술은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시적 특성이 디지털 공간에 들어가고, 분절되고, 재구성되거나 움직임에 의해 활성화될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팜 쑤언 탁 부교수·박사는 “끼에우전의 공간을 확장하는 것은 시대의 미학 언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핵심은 작품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하느냐가 아니라, 그 본질적 인문정신이 보존되는가에 있다. 만약 명작을 이미 완벽하고 손댈 수 없는 것으로 본다면, 그 가치를 풍부하게 만들기 어렵고, 이는 곧 끼에우전을 삶과 단절시키는 것이다. 예술적 창의성은 원작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단순히 자극을 위해 파괴하는 두 극단을 피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올바른 길은 대화이며, 예술가는 ‘왜 이 작품이 오늘날에도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답이 없다면, 아무리 충실히 재현해도 영혼 없는 복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품의 각색 방식에는 한계가 남아 있다. ‘끼에우전’에서 영감을 받은 일부 영화는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 끼에우의 세계를 스크린에 재현하려는 시도는 종종 장면을 모방하거나 시각적 모티프를 차용하는 데 그치고, 베트남 문화에 대한 존중과 현대적 미학을 모두 아우르는 독자적 영화 언어를 형성하지 못했다.
출판과 연구 분야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판본, 주석서, 번역서가 나왔지만, 모두가 학술적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외국어 번역본은 의미 전달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어떤 경우는 권위 있는 심사 없이 상업적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는 오히려 혼란을 초래해 국제 독자들이 명작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연극과 공연 예술에서도 많은 프로젝트가 단순한 삽화에 머물고, 작품의 깊은 인문·철학적 층위와 충분히 교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는 고전을 새롭게 하는 작업이 오직 지적 깊이, 겸손, 원작에 대한 존중, 그리고 현대적 창작 방법론에 기반할 때만 성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각색,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 각 분야에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질 때, 이 작품은 단순히 ‘다시 언급되는’ 수준을 넘어 시대의 의식 속에서 진정으로 ‘살아 숨 쉬는’ 명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