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소 개발이 상당한 환경 및 토지 이용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경고한다. 태양광 패널 제조 과정에서는 염산, 황산, 질산, 불산 등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되며, 이는 특히 공장 근로자들에게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한다. 미국 에너지연구소(IER)의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은 동일한 에너지 생산 단위로 비교할 때 원자력 발전소보다 300배 더 많은 유해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또한 태양광 패널에는 납, 크롬, 카드뮴 등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어, 파손되어 매립될 경우 토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대규모 태양광 패널은 넓은 토지를 차지해 그 아래 식생의 성장을 억제하고 해당 지역을 ‘죽은 땅’으로 만든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몇 년간, 특히 ‘태양광의 수도’로 불리는 닌투언(Ninh Thuan) 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이 급속히 확대됐다. 이러한 급증은 빠른 경제 성장,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그리고 기술 비용의 급격한 하락이라는 배경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는 방대한 토지를 소모하고 환경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여전히 패널의 수명 종료 후 처리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이 장치들은 단순 매립 시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과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진이 평판형 태양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광형 태양광 발전 기술을 모색해왔다. 이 방식은 햇빛을 작은 영역에 집중시켜 필요한 태양광 재료의 양을 크게 줄인다. 중국 과학자 그룹은 햇빛의 구성 요소를 분리해 적색 및 청색광은 농업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전기로 변환하는 모델을 최초로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은 빛을 분리하기 위해 고가의 나노 광학 필름이 필요하고, 내구성이 낮으며, 수십 배 수준의 낮은 집광비만 달성해 실험실 환경에만 적합하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페니키아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환경에 더 적합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베트남 국가과학기술개발기금(Nafosted)이 지원하는 ‘집광형 태양광 기술 기반 친환경 농업-태양광 융합 시스템 연구, 설계 및 제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부 응옥 하이 부교수는 기존의 선형 집광 방식인 포물선형 트로프 대신, 연구팀이 프레넬 렌즈(Fresnel lens)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프레넬 렌즈는 얇고 가벼우며 저렴한 비상상 광학 부품으로, 빛을 작은 점에 수백 배까지 집중시킬 수 있다. 빛이 이처럼 압축되면 필요한 태양광 셀의 면적이 수백 배 줄어들어, 재료와 유해 화학물질 사용, 폐기물, 비용이 모두 감소한다. 이 프레넬 렌즈 자체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발명품이다.
하이 부교수는 초점 지점에 반코팅 거울을 배치해 자연광의 구성 요소를 분리했다고 덧붙였다. 식물이 강하게 흡수하는 두 파장인 적색광과 청색광은 거울을 통과해 재배 구역에 도달하고, 나머지 빛, 특히 열에너지가 많은 적외선은 반사되어 고효율 태양광 셀에 집중된다. 빛을 한 점에서 분리함으로써 코팅이 필요한 표면적이 25~30배 줄어들어, 산업 생산에 적합한 저렴하고 내구성 높은 광학 필름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 국제 기술 대비 핵심적인 개선점이다.
추출된 적색 및 청색광은 광섬유를 통해 전달되고, 비상상 광학 구조를 이용해 균일하게 분산된다. 이에 따라 작물에 도달하는 빛은 균일하며, 그늘이 생기지 않고 수확량도 감소하지 않는다. 이는 패널 간격을 띄우거나 온실 지붕에 패널을 설치하는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반사된 고에너지 햇빛은 기존 평판형 시스템보다 더 높은 효율로 전기로 변환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술은 베트남의 고일사량 지역과 전력 생산 및 농업 통합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농업-태양광 융합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다음 단계에서는 시스템을 더욱 개선해 실제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전국의 기업 및 농업-태양광 융합 모델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확장 적용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팀은 광학, 재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선도 기관인 대한민국 명지대학교와 협력해 파일럿 규모의 완전 작동형 시제품을 공동 개발했다. 이 협력을 통해 하노이의 열대 기후와 서울의 온대 기후 등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성능을 측정하고, 프레넬 렌즈와 광학 필름의 내구성, 작물에 대한 빛 분포의 안정성을 검증했다. 초기 결과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동일한 일사 조건에서 기존 평판형 모델보다 더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달성했으며, 작물 생장에 충분한 적·청색광을 공급하면서 국지적 그늘이나 생산성 저하 없이 운영됐다. 이러한 초기 성과는 Q1 등급의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국가과학기술개발기금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차세대 농업-태양광 융합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베트남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집광형 태양광 기술 보유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연다. 2025~2027년 기간 동안 광학 소재 최적화, 비용 절감, 대형 시제품 제작을 추진할 계획이며, 현장 실증과 기업 이전을 거쳐 베트남의 녹색 농업, 순환경제,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달성에 직접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