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국내외 압력 속 금리안정 '안간힘'

베트남 은행권은 최근 날로 복잡해지는 글로벌 경제 환경과 환율, 인플레이션, 유동성 제약 등으로 인한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지키면서도 기업과 경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일부 신용기관의 금리 상승 압박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아그리뱅크를 거래하는 고객들.
아그리뱅크를 거래하는 고객들.

SBV에 따르면, 올해 초 글로벌 금융 및 통화 시장은 지정학적 긴장과 인플레이션 압력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큰 타격을 받고 특히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에서 인플레이션이 재차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중앙은행(BoE)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올해 초 회의에서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호주, 필리핀 등 일부 국가는 2026년 첫 4개월 동안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달러화는 크게 강세를 보이며 환율과 국내 자금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베트남처럼 개방된 경제에서는 수입 원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통화정책 운용에 추가적인 도전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기업 지원과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 증가 속도가 예금 유치 속도를 앞지르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총 대출 잔액은 19경 VND(7,2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총 예금은 약 18경 VND(6,840억 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으로 인해 많은 상업은행들이 자금 유치를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일부 시기에는 대규모 예치금이나 장기 예금 상품의 실질 금리가 연 8~9%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예금금리가 무분별하게 오를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과 전체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팜찌꽝 SBV 통화정책국장은 중앙은행이 유동성 지원과 대출금리 인하 여건 조성을 위해 다양한 조정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2023년 이후 중앙은행은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해 신용기관들이 저비용 자금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초 시장 금리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중앙은행은 유동성 지원을 강화하고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조작(OMO)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출 만기를 기존 1~2주에서 최대 2개월까지 연장했다. 또한 외환 스왑 거래를 도입해 신용기관에 추가적인 동화 유동성을 제공했다. 이 같은 조치는 시스템 전반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은행 간 금리를 완화하며, 점진적으로 소매시장에 낮은 비용이 전가되도록 했다.

동시에 중앙은행은 예금 유치 활동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금리 수준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지침을 발령했다.

가장 최근에는 5월 14일 자 공식 공문 제3972/NHNN-CSTT호를 통해 지역별 중앙은행 지점에 상업은행 지점의 금리 인하 정책 이행 실태 점검을 지시했다. 이어 5월 21일에는 공식 공문 제4190/NHNN-CSTT호를 통해 점검 강화와 위반 시 엄격한 처벌을 주문했다.

현재 지역별 중앙가은행 지점들은 예금 및 대출금리가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은행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 은행감독국에도 2026년 점검 계획에 금리 감독을 포함시켜 은행 시스템 전반의 금리 인하 정책 이행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행정적 조치와 더불어 중앙은행은 은행권 내 유동성 지원과 자금 조달 능력 확대를 위한 기술적 방안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가계 예금의 지속적인 강세가 주목된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월 말 기준 신용기관의 가계 예금 잔액은 10.38경 VND(4,0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 말 대비 약 4,600억 VND(17억 달러) 증가한 사상 최고치다. 반면, 기업 및 경제단체의 예금은 8경 VND(3,04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많은 은행에서 중·장기 예금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자금이 은행 시스템으로 재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계 예금 증가세는 부동산, 주식, 금 등 투자처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금융 안전성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은행권의 유동성 안정과 중앙은행의 유연한 정책 운용이 예금주 신뢰를 높이고 있다.

최근 도입된 다양한 조치는 중앙은행이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금리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려면 단순한 금리 인하만으로는 부족하며, 금융시장 전반의 종합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응우옌 반 탄 베트남 중소기업협회(VINASME) 회장은 “금리는 시장 메커니즘과 은행권의 실제 운영 상황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소기업개발기금, 기술혁신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다양한 지원책을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이들 자원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어렵다고 탄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의 신용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은행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시장 발전과 중·장기 자금 조달원 확대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경제의 은행 신용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본다.

레 주이 빈 에코노미카 베트남 대표는 “통화정책만으로 경제 지원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재정정책 및 자본시장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통화정책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재정정책과 자본시장이 경제성장 지원에 더 큰 몫을 해야 할 시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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