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디지털화' 역량 과시한 베트남..."기술력 국제수준"

디지털 시대에 시청각 유산은 단순한 필름 영상이나 자기 테이프 그 이상으로, 각국의 기억과 정체성을 간직하는 ‘영혼’과도 같다. 유산의 디지털화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베트남은 자국의 시청각 유산을 보존하고 알리는 데 있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레 티 하(오른쪽) 베트남 영화 연구소 소장이 SEAPAVAA 회의에서 베트남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레 티 하(오른쪽) 베트남 영화 연구소 소장이 SEAPAVAA 회의에서 베트남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지난 7일 말레이시아 이포에서 개막한 제30회 동남아시아-태평양 시청각 아카이브 협회(SEAPAVAA) 연례회의는 시네마 유산을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국제적 교류의 장이 됐다. 베트남 영화원 대표단(단장: 레 티 하 원장)은 영상 아카이브의 디지털화 분야에서 이룬 괄목할 만한 성과와 역량을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SEAPAVAA는 동남아시아-태평양 시청각 아카이브 협회의 가장 중요한 연례 국제 포럼이다. 1996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설립된 이 협회는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서 84개 이상의 기관 및 개인 회원을 연결하고 있다.

이 포럼은 각국의 아카이브, 도서관, 박물관, 방송사, 대학, 그리고 시청각 유산 보존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필름, 비디오테이프, 음향 기록물 등 시청각 유산 보존의 도전과제와 해결책을 논의하는 장이다. 회의는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 도서국 회원국을 번갈아가며 매년 개최된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0회 SEAPAVAA 연례회의는 협회의 규모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 세계 유산 보존 기관, 영화원, 방송사, 국립 도서관 등에서 많은 학자와 대표들이 참석했다. 참가국과 지역은 전략적 지역 블록으로 나뉘었다. 아세안 블록에는 베트남, 개최국인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브루나이가 포함됐다. 오세아니아 지역에는 호주, 뉴질랜드, 피지,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뉴칼레도니아가 속했다. 확장 회원국으로는 일본, 대한민국, 중국, 대만(중국),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가 참여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베트남 영화원은 협회의 창립 회원 중 하나로 공식 회원기관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세안 내에서 베트남은 방대한 역사적 필름 아카이브와 지역 기준에 부합하는 복원 및 디지털화 기술을 보유한 전문성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영화원은 디지털화 및 복원 경험 공유 등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며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8만여 개 필름 릴을 보유한 영화원은 2K, 4K 등 고해상도 디지털 포맷으로의 변환 실무 경험을 매년 회의에서 공유해 왔다. 또한 수많은 귀중한 역사 다큐멘터리와 혁명 영화를 성공적으로 복원하며 지역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다큐멘터리 <Công binh xưởng Khu 8(8구역 공병 작업장)>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Công binh xưởng Khu 8(8구역 공병 작업장)>의 한 장면.

베트남은 SEAPAVAA로부터 총회 개최를 4차례나 맡으며 신뢰받는 개최국으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했다.

연회비를 납부하는 정회원국으로서 베트남은 협회의 전략적 방향 설정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총회 참석, 집행위원회 선거 투표, 정관 승인, 지역 아카이브 기술 전략 결정 등 주요 권한도 행사한다.

올해 회의에서 레 티 하 원장이 이끄는 베트남 영화원 대표단은 활발한 토론에 참여하며 국제 동료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대표단은 베트남이 존경받는 창립 회원국임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뛰어난 전문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문화 교류 프로그램 ‘아카이브 보석 상영(Archival Gems Screening)’에서 베트남 대표단은 프랑스 식민지에 맞선 저항전쟁 시기의 귀중한 영화 유산인 고(故) 크엉 메 감독의 희귀 다큐멘터리 <Công binh xưởng Khu 8(8구역 공병 작업장)>을 선보였다.

이 독특하고 희귀한 다큐멘터리는 어려웠지만 영웅적이었던 역사와 남부 저항기지에서의 베트남 군인·민간인의 불굴의 정신을 재현할 뿐 아니라 영화 유산으로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베트남 영화원이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보존·복원·디지털화한 성과는 국제 아카이브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는 베트남의 기술력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류의 시청각 기억을 지키려는 이들의 헌신과 비전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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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엉 메 감독(왼쪽)이 프랑스 식민지 저항전쟁 당시 저항기지에서 <8구역 군공병 작업장> 다큐멘터리 제작을 연출하고 있다. (자료사진)

제30회 SEAPAVAA 회의는 협약과 첨단 디지털화 기술뿐 아니라 참가국들이 서로의 유산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로도 빛났다. 베트남 영화원 대표단의 성공은 베트남이 지역 아카이브 기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크엉 메 감독의 <Công binh xưởng Khu 8> 등 고전 작품의 성공적 복원 및 상영은 8만여 개필름 릴을 보유한 국가 아카이브에서 2K, 4K 기준으로 디지털화할 수 있는 베트남의 역량을 명확히 보여준다.

책임 있는 창립 회원국에서 역사적 기억의 수호자로, 베트남 영화계는 첨단 기술로 과거를 보존할 뿐 아니라 그 유산을 바탕으로 세계와 당당히 소통하고 국제 무대에서 빛을 발하며 인류의 시청각 유산을 지키는 공동의 사명을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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