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에 생명 불어넣는 하노이 박물관...'스토리텔링' 주목

하노이의 자연,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반영하는 다양한 유물로 가득한 하노이 박물관이 유물 전시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박물관은 유물이 진열장 밖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있으며, 유산 전승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항공기 잔해와 폭탄 파편이 전쟁과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한 모습이 하노이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사진: 하노이 박물관)
항공기 잔해와 폭탄 파편이 전쟁과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한 모습이 하노이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사진: 하노이 박물관)

'살아있는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유물

하노이 박물관에서는 현재 ‘전쟁과 평화(Chien Tranh Va Hoa Binh)’라는 제목의 예술 설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전쟁 당시 폭탄과 탄약을 실었던 항공기 동체의 파편들이 대형 강철 프레임에 매달려, 마치 떠다니는 구름처럼 변모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 공간에서 한때 파괴를 가져왔던 폭탄들은 이제 풀과 나무, 꽃의 푸르름 속에 놓여 있다. 일부 관람객들은 폭탄 파편 사이에 꽃을 꽂기도 한다.

이 공간에는 1967년 하노이 쭉박(Truc Bach) 호수에서 훗날 미 상원 의원이 된 조종사 존 매케인이 포로로 잡히는 장면을 묘사한 부조의 복제품도 전시되어 있다. 부조 주위에는 연꽃 장식과 다채로운 색상의 비단 리본이 둘러져 있는데, 이는 평화와 재탄생의 상징이다. 이 항공기 잔해와 폭탄 껍데기는 하노이 박물관이 보존하고 있는 실제 유물이다.

박물관은 또한 하노이 화이득(Hoai Duc) 지역의 부온쭈어이(Vuon Chuoi)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도 선보이고 있다. 이곳은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 중 하나다. 전시 공간은 거칠고 붉은 갈색 톤으로 디자인되었으며, 관람객들은 지하 통로를 연상시키는 터널형 길을 따라 주요 전시실로 들어선다.

그곳에서는 고고학 유물들이 대형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현대적인 프로젝션 기법이 더해져 관람객들이 마치 광활한 발굴 현장에 들어선 듯한 몰입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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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온쭈어이 고고학 유적지의 유물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사진: nguoihanoi.vn)

2026년 말의 해(말의 해)를 기념해 박물관은 베트남 역사와 예술 속 말 문양 유물도 전시하고 있다.

미술 전문가 쩐 흐우 옌 테 박사는 “현대 박물관은 단순히 지식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유물을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가치를 전하고 공동체에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며 하노이 박물관이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박물관에는 국가 보물로 지정된 유물 및 유물군 7점이 소장되어 있다. 여기에는 꺼로아 청동북, 꺼로아 청동 쟁기날 모음, 쟝보 무술학교의 쩐 왕조 무기 컬렉션, 17~18세기 바짱 도자기 제례용품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쟝보 무술학교의 무기 컬렉션은 하노이 응옥칸(Ngoc Khanh) 호수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 컬렉션을 통해 관람객들은 하노이가 오랜 문명을 간직한 땅일 뿐 아니라 스포츠 정신을 구현한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창, 투창, 장검, 단검, 초승달 모양 칼, 삼지창, 신호용 대포 등 다양한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문화산업 성장의 동력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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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박물관에 재현된 북부 베트남 전통 결혼식 (사진: congluan.vn)

4층 규모의 하노이 박물관은 역피라미드 형태로 설계됐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공간이 더 넓게 펼쳐져 다양한 탐험이 가능하다. 유물과 자료들은 원본 유물과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상, 프로젝션 기법을 결합해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큐레이션되어 있다.

넓은 전시 공간과 7만 점에 달하는 다양한 유물 컬렉션을 보유한 하노이 박물관은 수도 하노이의 대표적인 문화기관 중 하나다.

응우옌 띠엔 다 관장은 박물관이 예술가와 장인들의 창의적 활동을 항상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한 해에만 박물관에서는 수상 인형극, 북부 베트남의 결혼 풍습 등 40건이 넘는 창의적 행사와 프로젝트가 개최됐다.

다 관장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박물관은 청년 창의성의 인큐베이터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현재 하노이 박물관에서는 강연, 워크숍, 전시, 아티스트 레지던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학자, 대학생, 학생들의 연구 및 학습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박물관은 점차 창의적 허브이자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박물관은 하노이 내 학교들과 협력해 학생들에게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여행사와도 협력해 수도를 탐방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응우옌 꾸옥 꽌 전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관장은 하노이 박물관이 관광지와 연계한 반나절 또는 하루짜리 ‘학습 투어’를 기획하고, 전용 기념품을 개발해 브랜드를 더욱 알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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