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가치 오용 심각...공동체 문화자산 존중해야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서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창의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 발전의 기회와 함께, 출처 표기 없는 차용, 기원에 대한 존중 부족, 문화적 가치의 왜곡, 공동체에 대한 피해 등 다양한 문제점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베트남 북부 현지 주민들이 참여해 현지의 전통적인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한 공연 ‘The Quintessence of Tonkin’의 한 장면. (사진: Tuan Chau-Ha Noi 합자회사)
베트남 북부 현지 주민들이 참여해 현지의 전통적인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한 공연 ‘The Quintessence of Tonkin’의 한 장면. (사진: Tuan Chau-Ha Noi 합자회사)

베트남의 54개 민족은 다양하면서도 통합된 문화적 모자이크를 이루며, 국제적 통합의 맥락에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삶의 여러 영역에서 민족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특히 상업 및 엔터테인먼트 활동에서 많은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로는 광고나 뮤직비디오에서 소수민족 공동체의 경관, 의상, 풍습 등 유산 요소를 차용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관객을 끄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사운드와 이미지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문화적 정체성을 기념하고 관광 홍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이면에는 전통 문화 요소가 무분별하고 존중 없이 사용되어 대중의 강한 비판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한 유명 신발 브랜드가 “중부 고원 브로케이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홍보한 제품을 출시했다가, 실제로는 원산지가 불분명한 수입 실크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심각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개인과 기업이 전통적 가치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 반면, 해당 문화 자산을 소유한 공동체는 거의 고려되지 않거나 전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화, 예술, 창의 산업 분야에서 개인이나 조직이 원 공동체에 대한 존중 없이 타 문화를 사적으로 이용할 경우, 이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에 해당할 수 있다.

레 티 탄 레 하노이 국립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강사는 “이익이나 수익을 위해 문화를 활용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예술가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문화를 무분별하거나 존중 없이 이용할 때 부적절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의와 존중하는 마음으로 문화적 소재를 다루는 사람과,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존중 없이 문화를 전유하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익이나 수익을 위해 문화를 활용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예술가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문화를 무분별하거나 존중 없이 이용할 때 부적절해진다.

레 티 탄 레
하노이 국립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이 문제는 특히 디지털 플랫폼에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틱톡(TikTok)이나 유튜브(YouTube)에서 지역 문화 소재를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를 만들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짧은 영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문화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깊이가 부족하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축제나 공예 마을을 재현하는 ‘가상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전통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적절한 투자와 연구 없이 상업화로 흐를 경우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응우옌 응옥 토 호찌민시 국립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부교수는 “일부 창작자들은 창의성이 무한하고 경계가 없다고 착각한다"며 "실제로 창작자가 문화적 소재의 일부분만을 예술적 영감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있지만, 소수민족 등 공동체의 전통에 개입할 경우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토 부교수는 그러면서 이들은 공동체의 무형 자산, 즉 유형·무형의 문화유산, 종교나 민족성과 연관된 작품을 다루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도 이 문제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는 2019년 댈러스 공연에서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ao dai)에 살색 타이츠를 매치해 베트남계 미국인 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많은 이들이 이 의상이 베트남 전통복에 대한 무례라고 비판했다. 이와 유사하게 일부 외국 디자이너들은 아오자이를 ‘민족적 창작물’로 런웨이에 선보이면서 그 기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고, 문화적 전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적 가치를 오용하거나 왜곡할 경우 그 결과는 심각하다. 이는 핵심 문화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전통적 가치 활용에 있어 불평등을 초래한다. 바이럴 제품은 개인이나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정작 문화의 주인인 공동체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세계화 시대에 이러한 행위는 국가 정체성의 희석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은 공동체 유산의 존중, 문화 표현의 온전성 보장, 부적절하거나 해로운 활용 방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산하 지식재산권·유전자원·전통지식·포크로어 정부간위원회(IGC) 제34차 회의에서 189개 회원국 대표들은 전통문화 표현의 전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적 수단 마련을 협상·추진했다.

원주민 옹호자들과 대표들은 이러한 행위가 공동체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개인이나 기업이 이익을 얻을 때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 모욕, 원주민 공동체의 자긍심 약화 등 문화적 피해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중심의 접근법을 바탕으로 법적, 기술적, 교육적 해법을 결합한 전략이 필요하다.

레 티 탄 레 박사에 따르면, 공동체와의 협력 및 이익 공유 원칙을 촉진하는 것이 예술가와 문화 소재를 제공하는 공동체 간의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술가와 기업은 심층 연구, 현장 체험, 공동 창작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적 가치를 보장해야 한다.

동시에 학교와 사회에서의 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가 유산의 의미와 역할을 인식하고, 문화적 참여에 대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가 공동 창작에 참여하고 상호 이해를 심화할 때, 국가의 문화유산은 장기적으로 번영을 이어가며 세대 간 다리를 놓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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