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T그룹 산하 CT반도체가 ATP 칩 공장 2단계 착공에 들어가며, 베트남 엔지니어가 전적으로 소유·개발한 최초의 반도체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총 투자액은 약 1억 달러에 달하며, 2027년까지 연간 1억 개의 칩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에는 최초의 ‘메이드 바이 베트남’ 칩이 생산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베트남이 자국 반도체 역량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기술 자립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통합 이정표
CT반도체 공장 착공은 베트남 기업의 역량을 입증하는 동시에, 베트남이 첨단기술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통합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의 지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베트남은 유망한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매력은 이미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들에서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인텔의 호찌민시 15억 달러 규모 조립·테스트 시설, 삼성의 타이응우옌 메모리 칩 생산 확대, 암코어 테크놀로지의 박닌 16억 달러 공장, 그리고 시놉시스와 마벨이 베트남에 설립한 디자인 센터 등이 있다.
RMIT 베트남대학교 반도체 설계 및 산업 4.0 연구그룹장인 부이 쑤언 민 박사에 따르면,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대체지를 모색하고 있다. 베트남은 점차 기술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중심에는 현대 기술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있다.
시놉시스, 르네사스, 마벨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의료기기부터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AI 하드웨어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인메모리 컴퓨팅, 암호학 및 제약 분야에 활용될 양자 칩 개발 등 첨단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등 기업의 설계 도구는 칩 생산의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혁신하며, 베트남이 산업 내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의 가장 큰 강점은 젊고 풍부하며 적응력이 뛰어난 인력이다. 매년 국내 공과대학에서는 전자, 통신, 정보기술 분야의 수만 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되며, 이 중 마이크로칩 설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반도체 전공 인력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기반은 베트남이 가치사슬 상위로 진입하고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베트남의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운영비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을 다각화하는 현 시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작용한다.
이러한 자연적 이점 외에도, 베트남은 아시아 ‘반도체 벨트’의 전략적 위치에 있다. 대만(중국), 한국, 싱가포르 등 주요 기술 허브와 일본, 말레이시아의 첨단 생태계와 인접해 있어, 베트남은 지역 가치사슬에 쉽게 편입되고 아시아 내 이동 중인 국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향후 10년간 5만~10만 명의 반도체 엔지니어 양성 목표는 장기적 비전을 반영한다. 다양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 연구기금, 혁신센터가 설립되어 베트남 인재가 글로벌 기준에 신속히 부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까지 미국, 한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부터 약 170건의 첨단기술 FDI 프로젝트를 유치했으며, 일본, 대만과의 전략적 인적자원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종합적 정책의 필요성
약 20개의 국가 및 기관 반도체 연구실, 다낭의 6,900만 달러 규모 첨단 패키징 연구소 등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며 글로벌 통합 생태계의 견고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민 박사는 현재 베트남 반도체 산업이 칩 설계와 외주 패키징·조립·테스트 등 두 분야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웨이퍼 제조공장 부재는 첨단 칩 설계 및 차세대 제조 등 고부가가치 분야 진출에 한계로 작용한다. 또한 고급 인력 부족, 불균형한 연구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부터 표준화된 칩 등급 소재에 이르는 전문 물류 인프라 미비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 투자뿐 아니라, 혁신을 촉진할 종합적 정책,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견고한 법적 틀, 완전한 통합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민 박사는 강조했다. 정부는 인센티브 정책 개발과 기술 인프라 업그레이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세제 혜택, 보조금, 반도체 제조 및 R&D 자금 지원 외에도, 베트남은 국가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첨단 생산을 뒷받침할 전기, 수도, 물류 인프라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TSMC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기술이전 협정,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법적 체계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 기업이 성장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Viettel, FPT 등 베트남 기업과 인텔, 삼성, 케이던스, 시놉시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리더 간의 파트너십을 촉진하면 지식 이전과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다.
교육 역시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집적회로(IC) 설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반도체 물리학 등 과목을 학사 커리큘럼에 통합하고, 대학과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2050년을 내다볼 때, 베트남의 반도체 여정이 다른 기술 변화만큼 극적이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중요성은 매우 클 것이다. 이 경쟁에서 작은 칩들이 국가 디지털 미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부이 쑤언 민 박사,
RMIT 베트남대학교 반도체 설계 및 산업 4.0 연구그룹장
보 쑤언 호아이 국가혁신센터(NIC) 부소장은 국제 기업과 기관의 증가하는 진출이 베트남이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전념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일련의 과감한 정책을 시행하고, R&D 투자 확대, 국제 협력 강화, 고급 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반도체 산업의 매출은 2027년까지 연평균 1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집적회로 설계, 조립, 테스트, 첨단 패키징 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며, 첫 반도체 제조공장 가동도 준비 중이다.
정책 이니셔티브와 신규 투자 프로젝트, R&D 센터 확장, 국제 파트너십이 베트남을 글로벌 반도체 지도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국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정부는 국가-학계-기업의 ‘3자 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2027년까지 기술 주권을 달성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주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