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머이(Đổi Mới, 혁신) 시행 약 40년 만에 베트남의 경제 잠재력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인프라가 개선됐으며, 기업 부문도 빠르게 확장됐다.
그러나 성장 모델은 여전히 자원 투입 확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자원의 효율적 활용 개선보다는 양적 확장에 치우쳐 있다. 자본, 노동, 자원채취에 기반한 성장 여력이 점차 한계에 다다르면서 생산성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과제가 됐다.
기업 생산성 향상 위한 병목 현상 해소 박차
2026년 국가 생산성·품질 포럼에서 호 꾸옥 중 부총리는 “역내 국가들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국가도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집중적인 가속 성장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포럼은 과학기술부가 주관하고 국가표준계량품질위원회가 주최해 호찌민시에서 열렸다.
호 꾸옥 중 부총리에 따르면, 새로운 발전 단계에서의 생산성은 단순히 전통적 방식으로 더 빨리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데이터·새로운 경영 방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품질과 환경 요건을 충족해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시장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
띠엔퐁 플라스틱 주식회사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디지털 및 친환경 전환과 점점 더 밀접하게 연계되고 있다. 다오 티 탄 응언 기업 전략기획부팀장은 이를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는 여권”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2024년, 이 회사의 총 배출량은 25만 7,600톤의 CO₂e를 넘었으며, 이 중 Scope 3 배출이 86.55%에 달했다. 배출 저감 압박은 공장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 공급망에 걸쳐 분산돼 있다. 따라서 친환경 생산성은 기업, 파트너, 공급업체, 고객 등 모든 주체가 함께 변화해야 달성할 수 있다.
같은 해, 회사는 48만 7,464kWh의 전기를 절감했고 소비가 많은 작업장의 냉각수도 전량 재활용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수치는 ESG, 친환경 전환, 순환경제가 반드시 비용으로만 인식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생산 재편의 수단이 되어 원자재와 에너지를 절약하고, 폐기물을 줄이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이러한 전환을 추진할 충분한 자원을 갖춘 것은 아니다. 쩐 푹 홍 스마트 제조 솔루션과 공장 자동화 전문기업인 TMA Innovation 최고경영자 겸 베트남 디지털기술기업 연합(VNITO) 부회장은 다음과 같은 역설을 지적한다. 베트남에는 약 1만 8,000개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어 기술 공급 역량은 갖췄지만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AI 도입 수준은 여전히 낮다. 대부분의 기업이 자본, 인력, 투자 역량이 제한된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을 보유한 것'과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것' 사이의 격차가 생산성의 병목 현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쩐 푹 홍 부회장에 따르면, 국가와 업계 협회가 기술 기업과 전통 제조업을 연결해 ‘Make in Viet Nam’ 제품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식재산권(IP) 평가 체계 마련, 스타트업이 특허를 금융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R&D 및 반도체 개발용 실험 장비의 절차 간소화, 신기술의 신속한 테스트를 위한 샌드박스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부 민 크엉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도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이 발전 모델 전환기에 진입했으며, 결의 제57-NQ/TW호와 과학·기술·혁신 정책이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 부문에서 AI와 디지털 기술 도입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경영·조직·운영 관행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기술이 아니라, 비용 절감, 에너지 절약, 폐기물 감소, 품질 향상, 생산 시간 단축, 신시장 개척 등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기업의 현실적 문제 해결이 과학기술의 중심이 될 때, 연구와 생산 현장 간의 간극도 좁힐 수 있다.
전통적 혁신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적 성과와 자원 조정 능력을 중시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단순히 연구 과제 수나 개발된 기술 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부 민 크엉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생산성 창출 위한 자원 배분
정부 관련 사안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팅 기업 Vriens & Partners Vietnam 최고경영자(CEO) 보 란 프엉은 세계은행(WB) 연구를 인용해, 베트남의 투자율이 GDP의 약 32%에 달하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단순히 투자를 계속 늘리기보다는, 투자율을 GDP의 36%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생산성 증가율을 1.8%로 높이는 방안이 제시된다. 핵심 메시지는 투자 확대가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자원이 어디에 배분되는가, 기업이 더 높은 생산성·부가가치·혁신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이동하는가, 제도적 비용이 기업의 투자 유인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보 란 프엉 CEO에 따르면, 베트남은 자원 배분을 개선하고, 규제 준수 비용을 줄이는 한편, 포괄적 규제에서 위험 기반 관리로 전환하고, 신기술 테스트 제도를 마련하며,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이 장기적 투자 로드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생산성 성장의 진정한 동력이 되기 위한 조건이다.
디지털 전환과 AI는 단순히 사무관리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생산 라인과 경영 프로세스에 통합돼야 한다. 동시에, 중소기업을 포함한 베트남 기업의 기술 흡수 및 숙련 역량 강화, 국가 품질 인프라의 현대화·디지털화로 글로벌 시장의 까다로운 요구에 ‘한발 앞서’ 대응해야 한다.
호 꾸옥 중 부총리
구체적으로는 국영기업, 민간 부문, 공공 부문 등 세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결의 제79-NQ/TW호를 바탕으로 각 그룹과 기업은 측정 가능한 목표를 갖춘 자체 생산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원 정책도 여러 분야에 얇게 분산하기보다는 명확한 우선순위를 두고, 실제 생산성 향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은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과제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가 자본, 전력, 천연자원 등 모든 단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가의 문제다.
자원이 가장 효과적인 곳에 배분될 때 기업은 장기 투자의 유인을 갖고 기술을 흡수·숙련할 수 있으며, 제도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생산성이 구호가 아닌 경제의 실질적 성과로 자리 잡게 된다.
호 꾸옥 중 부총리는 “생산성 향상은 긴 여정"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