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급부상 속에서 모든 현대 기술 시스템의 기반인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1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급속한 확장은 또 다른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바로 2030년대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대 100만 명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이 고급 반도체 인재 양성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서 기회 포착
반도체는 인공지능,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핵심 기술의 기반이 되는 전략적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 공급망의 변화로 인해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인텔(Intel)은 호찌민시에서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칩 조립 및 테스트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한편, 암코어 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는 박닌성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을 가동했으며, 하나마이크론(Hana Micron)도 베트남에서 OSAT(외주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쩐득롱 NXP 세미컨덕터스 베트남 부총괄이사는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베트남이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링 사업 확장의 매력적인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고급 인재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진출은 베트남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고급 기술 인력에 대한 시급한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엔지니어 공급이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인력의 양과 국제 기준 충족 측면 모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호앙비엣하 FPT 국제대학교 총장 겸 FPT 그룹 산하 가천베트남(Gachon Viet Nam) 대표는 “베트남이 처음부터 반도체 가치사슬 전체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며 "IC 설계, 패키징, 테스트 등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하 총장은 “반도체 인력 문제는 단순히 엔지니어 수의 문제가 아니라, 베트남이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바른 전략을 세운다면 베트남은 지역 반도체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인재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인재 생태계 구축
반도체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이 실제 수요를 견인하며, 국제 협력을 통해 교육 기준과 첨단 기술 접근성을 확보하는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인력 생태계 개발과 관련된 이슈는 오는 11일 하노이에서 가천베트남이 주최하는 ‘반도체 미래 서밋 – 칩 속의 미래, 미래 속의 칩’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반도체 분야에서 대학, 기업, 국제 파트너 간 연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밋에는 규제 당국, 기업, 학계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특히, 한국 가천대학교 연사들이 국제 표준의 첨단교육 모델을 소개하고, 반도체 인재 양성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전문적인 논의 외에도, 이번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반도체 기술과 최신 트렌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기술 체험존이 마련된다. 칩 기술 탐색, 국제 학습 환경, 미래 혁신 및 경력 기회 등 다양한 분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행사 기간 중에는 장학금 수여식과 기업, 대학, 학생, 학부모 간 네트워킹 활동도 진행되어 교육과 노동 시장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진 반도체 국가들의 경험은 베트남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여겨진다.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한국은 첨단 기술 허브이자 잘 갖춰진 생태계를 보유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칩 설계, 메모리 칩 제조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으며, R&D 투자와 혁신에서도 앞서 있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칩 시장의 주요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과 기업 간 긴밀한 연계는 고급 반도체 인력 양성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행사의 주요 하이라이트는 FPT대학교와 가천대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반도체 기술 학사과정인 ‘가천베트남 프로그램’의 출범이다.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에서 2년, 대한민국 가천대학교에서 2년을 이수하는 2+2 복수학위 과정이다.
가천대학교는 대한민국 최초로 반도체 특화 단과대학을 설립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실험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타임즈고등교육 2026 세계 대학 순위에서 501–600위권에 올랐다.
가천베트남 학생들은 재학 중 FPT 그룹 생태계와 가천대학교의 폭넓은 반도체 파트너 네트워크(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매그나칩 등), 연구소, 국가 기술센터 등에서 실습 및 인턴십 기회를 갖게 된다. 졸업 시에는 가천대학교에서 수여하는 국제 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