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이 젊은 여성은 지역 문화를 향한 애정을 지역사회를 위한 생계 프로젝트로 인내심 있게 전환하며, 허몽족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마을 최초로 대학에 진학한 방 티 데는 2002년 뚜옌꽝성 동반현 녜오 룽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한 줌의 쌀과 작은 동전을 모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녀는 항상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나는 나 자신만을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위해 가는 것이다.”
궁핍했던 설날에서 시작하다
데가 창립한 '헴프 허몽 베트남‘(Hemp Hmong Vietnam) 프로젝트는 어려움 속에서 시작됐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그녀는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설날에 아이들에게 고기 몇 킬로그램이라도 사줄 수 있기를 바랐다.
어머니가 소중히 보관해온 삼베천을 보며 그녀는 “이렇게 귀한 것이 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녀의 첫 주문은 65만 동(VND)에 불과했고, 이익은 고작 3만 동이었다. 어머니는 소중한 가보를 잃을까 걱정해 반대했지만, 데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소규모 주문이 조금씩 들어왔고, 그녀는 마을마다 다니며 천을 수집했다. 때로는 고금리로 돈을 빌리기도 하고, 반품을 당하기도 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삼베천 덕분에 데는 하노이에서 3년간 자립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나는 이제 생존을 넘어, 삼베천에 진 빚을 더 큰 사명으로 갚아야 한다”는 새로운 생각을 품게 됐다.
'헴프 허몽 베트남' 프로젝트는 단순한 삼베천 판매를 넘어, 삼 재배, 실잣기, 직조, 쪽 염색, 수공예품·패션·홈데코 제품 제작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로 발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허몽족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예전에는 생계를 위해 먼 곳까지 나가야 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집에서 가족을 돌보며 직조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데에게 성공이란 돈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작품이 산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반짝이는 눈빛에서 찾을 수 있다.
포방(Pho Bang)현의 리 티 까이(Ly Thi Cay)는 “여기서 나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일을 하며 산다.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연중 가축을 돌보며 힘들게 살던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무엇보다 허몽 여성들의 직조 기술이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베천을 세계로
국내에서의 인정은 물론, 이 프로젝트의 제품은 해외 고객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삼베천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고, 영어로 일본과 태국의 상점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며 해외 파트너를 찾았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그녀는 많은 외국인 방문객을 작업장에 초대해,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방문객들은 허몽족 삼베의 내구성과 아름다움에 감탄할 뿐 아니라, 이를 “살아있는 예술 작품”으로 여긴다. 그들에게 삼베천을 입는 것은 흐몽족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걷는 것과 같다. 특히, 국제적 호평은 지역 주민들의 인식도 바꿔놓았다. 예전에는 삼베가 허몽족만의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데는 삼베와 함께한 세월 동안 국내외 다양한 권위 있는 포럼과 회의에서 베트남을 대표해왔다. 2023년에는 중국에서 열린 ‘란창-메콩 무형문화유산 워크숍’에 메콩강 유역 4개국 참가자들과 함께 베트남 유일 대표로 참석했다. 2024년에는 태국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국제 삼포럼’에도 참가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국제 박람회와 세미나에 참여해 시야를 넓히고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데는 지역 당국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 숭 티 싸이(Sung Thi Say) 뚜옌꽝성 동반 문화·정보·관광센터 소장은 “과거에는 삼베 직조가 가정용, 혼수, 제의에만 쓰였지만, 데의 프로젝트 덕분에 이 기술이 되살아나 안정적인 소득원이 됐다. 더불어, 공동체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모든 무늬와 바느질에는 흐몽족의 기억과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데의 여정은 지식과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이 결합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거친 삼베 천에서 그녀는 민족의 정신을 지키고, 고향의 세계 진출을 여는 이야기를 직조해냈다.
앞으로 데는 허몽족 삼베를 위한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은 문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의류, 가방, 지갑, 차, 기타 삼베 기반 제품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해 삼이 현대 생활 속에서 ‘번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향후 2년 내에 그녀의 목표는 ‘헴프 허몽 베트남’을 베트남 최대의 삼베 수출 공급업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가 전통 공예가 결코 낡은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부심과 지속 가능한 미래의 길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