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문서에서 문화 브랜드와 문화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량 목표가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54개 민족이 빚어낸 풍부한 문화유산과 수천 건의 유형·무형 문화재를 보유한 베트남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문화 자원’에서 ‘문화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를 통한 브랜드 구축
국가 브랜드란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가 구축하는 독특한 이미지, 명성, 가치를 의미한다. 런던에 본사를 둔 국가 브랜드 평가 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베트남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최근 몇 년간 투자 환경 개혁과 경제성장 촉진 노력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가 핵심 역할을 하는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베트남의 위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브랜드 파이낸스가 2026년 1월 말 발표한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Global Soft Power Index)에서 베트남은 193개국 중 52위, 아시아에서는 9위를 기록해 여전히 지역 선도국들과는 격차가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에 부족한 것은 문화적 소재가 아니라 독창적인 국가 정체성을 창출할 수 있는 문화 상품이라고 지적한다. 주변 국가들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일본은 다도와 기모노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만화·애니메이션·대중문화를 세계적 영향력의 원천으로 발전시켰다. 한국은 음악, 영화, 패션, 화장품, 관광 등 문화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한류를 체계적인 소프트파워 전략으로 만들었다.
2025년 한국의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약 14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문화산업 규모는 약 380억 달러에 달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에 이어 4대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프랑스의 아비뇽과 리옹의 축제가 ‘도시 브랜드’로 성장해 국가 이미지를 세계 관광·창의지도에 각인시키고 있다. 이들 사례에서 문화는 단순히 보존해야 할 유산이 아니라 시대의 언어로 재해석되는 자원이다.
국내에서도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후에 페스티벌, 다낭 국제 불꽃축제(DIFF), 다낭 아시아 영화제(DANAFF),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현대미술 행사 등은 유산, 관광, 창의산업을 연결할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한 브랜드 구축 도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규모뿐 아니라, 독창적인 정체성 개발과 수년간의 연속성이 필요하다.
판 민 투 센플러스(Senplus)주식회사 대표는 베트남은 문화 자원과 상품이 부족하지 않지만 국제 시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역량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문화가 시장에 도달할 수 있는 경험, 상품, 서비스로 ‘포장’될 때 비로소 경제적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쯔엉 투이 마 하노이 문화대학교 문화학부 교수는 국제 사례 분석을 통해 성공한 도시와 국가들은 모두 문화 행사를 목적지 브랜드 전략의 일부로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병목 현상 해소와 브랜드 구축
창의성 측면에서 베트남은 역량이 부족하지 않다. 응우옌 후이 중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베트남 문화산업의 가치사슬이 창의와 지식재산, 자본과 생산, 생산과 유통·재투자 등 여러 단계에서 여전히 단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수치를 언급했다. 현재 베트남 게임 스타트업 투자금의 약 80%가 법적 환경과 투자 생태계가 더 우호적인 싱가포르로 ‘흐르고’ 있으며,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 이상이 자체 지식재산권(IP) 보유 대신 해외 프로젝트의 외주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창의력과 시장을 갖췄지만 부가가치와 권리는 창작자에게 남지 않는 역설이 존재한다.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현재 인식은 빠르게 제도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의 제80-NQ/TW호 발표에 이어, 국회는 베트남 문화 발전을 위한 여러 메커니즘과 정책을 담은 결의 제28/2026/QH16호를 채택하고, 문화체육관광부를 문화산업 국가 관리의 주관 부처로 지정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진전은 ‘문화산업 발전법’ 제정안이다. 이 법안은 10월 제16기 국회 2차 회기에서 신속 심의 절차로 상정될 예정이다. 법안은 ▲베트남 경제구조 내 문화산업의 위상 확립 ▲가치사슬 연결을 통한 경제적 가치·수출·전략적 투자 확대 ▲베트남 문화정체성, 국가 브랜드, 소프트파워의 국제적 증진 등 세 가지 주요 목표를 담고 있다.
법 제정은 필수적이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추가 요인이 필요하다. 쩐 호앙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저작권청 청장은 베트남과 선진국의 격차는 이야기할 문화 소재의 부족이 아니라, 선진국들이 수십 년간 대중문화를 조직화된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장기 투자와 콘텐츠 인큐베이팅부터 해외 시장 진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제 브랜드로 성장할 잠재력과 독창성을 지닌 상품을 발굴하는 일이다.
판 민 투 대표는 효과적인 문화 브랜딩을 위해 ▲구체적 지원책과 명확한 법적 틀을 갖춘 제도·정책 ▲각 지역이 파편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을 피하고 명확한 정체성과 공동 비전을 설정할 것 ▲공동체의 힘을 통해 집단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기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것 등 여러 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6~2030년, 2045년까지의 비전을 담은 ‘베트남 국가 이미지 해외 홍보 전략’을 승인했으며,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베트남을 아세안 3위, 세계 30위권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처, 산업, 지방정부는 단발성 홍보에서 벗어나 장기 전략에 기반한 체계적 브랜드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책적 기반이 점차 완비되고, 정치적 의지도 이미 마련됐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올바른 상품을 선정하고 적합한 시장을 개척하며,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것이다. 그 성과는 앞으로 부처, 산업계, 기업, 문화인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