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중심지에서 대중교통이나 택시로 짧은 거리에 위치한 사파 무역센터(일명 사파 마켓)는 체코 내 베트남 커뮤니티 최대의 시장일 뿐만 아니라, 유럽 한가운데 자리한 인상적인 ‘베트남의 구석’이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베트남어로 쓰인 상점 간판들이다. 화려하고 눈길을 사로잡는 색상으로 장식된 간판들은 마치 하노이의 분주한 시장이나 활기찬 거리에서 산책하는 듯한 친숙함을 자아낸다.
과거 공장을 개조해 조성된 사파 마켓은 화려함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1천개가 넘는 다양한 점포가 의류, 신발, 생활용품부터 베트남 차, 향신료, 과일, 신선한 농산물까지 모든 것을 판매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이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현지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들이다. 유럽 한복판에서 가장 정통적인 베트남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쌀국수(포), 분짜, 셀러리 잎이 들어간 분까로, 반꾸온, 껌땀 등 다양한 요리는 물론, 반미, 튀긴 새콤한 스프링롤, 쌀종이 샐러드, 단팥죽, 신선한 사탕수수 주스 등 인기 간식과 음료도 즐길 수 있다.
많은 베트남인들에게 사파 마켓은 고향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먼 타국에서 모국어의 정겨운 리듬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유럽을 처음 여행하던 날, 이 시장을 천천히 거닐며 느꼈던 감정은 깊은 향수였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익숙함과 그리움,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베트남에서 반 바퀴나 떨어진 곳이지만 말이다.
특히 사파 마켓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체코 내 베트남 커뮤니티의 문화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시장 단지 내에 위치한 빈응이엠 사원은 향내가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방문객들에게 평온함을 선사하는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곳의 삶의 리듬에 젖어들다 보면, 왜 사파 마켓이 ‘작은 베트남’으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곳은 문화와 기억, 그리고 민족 정체성이 계속해서 지켜지고 공유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