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경험 창출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은 관광 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네덜란드 외교부 산하 개발도상국 수입진흥센터(CBI)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MICE 산업의 가치는 약 9,15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32년에는 1조 7,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국가들이 MICE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는 이유는, 이 분야가 고품질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규모 여행객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부 더 빈 베트남관광협회 회장은 “MICE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이 아니라 각 산업과 사회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대표들로, 전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목적지의 명성을 높이고, 현지 문화·음식·사람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며 “이로 인해 MICE는 관광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자 투자 유치와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호텔·관광 분야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아웃박스 컴퍼니(The Outbox Company)의 연구에 따르면, 기술과 지역 유산 가치가 MICE 관광 발전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 MICE 시장의 국제 비즈니스 여행객 중 30.4%가 여행 중 문화 체험을 선택하고, 약 40%는 관광 투어, 37.8%는 미식 체험, 38.3%는 현지 야간 문화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늘날 MICE 관광객들이 단순히 성공적인 행사뿐 아니라, 현지 문화와의 연결을 통해 전반적인 경험을 심화시키고자 함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유산이 베트남 MICE 관광의 매력과 차별성을 높이는 귀중한 자원이 되며, 기술은 유산의 이야기를 방문객의 마음에 더 가깝게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쩐 레 아잉 베트남국립대학교 하노이 사회과학인문대학교 관광학부 이벤트경영학과장 겸 베트남 MICE관광협회 부회장은 “오늘날 MICE 행사 참가자들은 더 이상 표준적인 컨퍼런스홀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행사 자체가 감동을 남기는 발견의 여정이 되길 기대한다”며 “이제 문화유산은 ‘부가적 볼거리’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창출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한편, 기술은 MICE 경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Allied Market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행사 분야의 AR/VR 기술 시장은 연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유산지의 부흥과 역사적 이야기의 재현, 행사 운영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유산과 기술은 더 이상 평행선이 아니다. 이들의 결합은 컨벤션센터의 면적이 아니라, 기술로 뒷받침된 독특한 문화 경험의 깊이로 MICE 목적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무대를 만든다”고 쩐 레 아잉 박사는 강조했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
유네스코가 인정한 다수의 유·무형 문화유산, 전국 8,000여 개의 축제와 2,000여 개의 전통 공예마을, 그리고 기술에 능숙한 젊은 인력을 보유한 베트남은 유산과 기술을 MICE 관광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모든 강점을 갖추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여행사들은 짱안, 퐁냐-께방, 하롱베이 등 유산 체험을 결합한 MICE 상품 개발을 선도해왔다. 기존의 팀빌딩 형식 대신,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전통 공예마을로 데려가 협동심을 키우고 있다. 또, 기술을 활용해 ‘어메이징 레이스 호이안’과 같은 인터랙티브 게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 고대 유산 공간을 방문객을 위한 매력적인 놀이터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유산과 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이 MICE 관광에 독특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웃박스 컴퍼니의 당 만 푸억 대표는 “오늘날 관광객들은 브랜드를 기준으로 목적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 베트남 MICE 관광이 글로벌 시장에서 명확하고 인지 가능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비스 인프라와 유산 자원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베트남은 지역적 특색이 살아있는 차별화된 MICE 상품을 개발해 방문객 경험을 다양화하고, 역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춰 관광객 수요와 행동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 규모 평가와 효과적인 MICE 발전 전략 수립의 신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MICE와 유산·기술 체험의 연결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주최 측이 유산의 가치를 흥미롭게 해석·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행사 운영 역량 외에도, MICE 제공자는 유산의 정신을 포착할 수 있는 현지 문화 지식과, 행사를 더욱 매력적이고 기억에 남게 만드는 콘텐츠 창작에 적용할 기술적 이해를 갖춰야 한다.
닷비엣투어의 도 반 특.부사장은 “태국, 싱가포르 등 역내 국가와 비교할 때 베트남은 서비스 비용 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교통·숙박·식음·행사장 등 필수 MICE 요소 간의 연계와 통합이 부족해 진정한 경쟁력 있는 상품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충분한 시설이 부족하다면서 이는 베트남 MICE 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병목 현상이며, 동시에 국가의 MICE 잠재력을 적극 홍보해 대형 국제단체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썬그룹 레저·엔터테인먼트 부문 쩐 응우옌 부사장은 판시판의 반 마이(Ban May) 사례를 언급했다. 이곳은 소수민족 가옥을 사파 마을에서 정성스럽게 이전해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며 요리하고 직조하는 공간이다. 또한, 푸꾸옥에서는 첨단 기술 효과를 접목한 수상 인형극 공연을 선보여, 방문객들에게 베트남 문화의 다채로운 색채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시도가 목적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응우옌 부사장은 “APEC 2027을 위한 푸꾸옥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진주섬이 베트남 MICE 관광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상해 국가의 글로벌 MICE 지도 내 위상 확립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