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 차관은 1990년에 시작된 양국 관계가 이제는 EU가 아세안 국가 중 어느 곳보다도 깊이 관여하는 관계로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베트남은 2012년 체결된 파트너십 및 협력 협정, 2019년의 획기적인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FTA), 그리고 국방·안보, 투자, 농림수산 분야를 포괄하는 일련의 협정을 바탕으로, EU와 가장 많은 공식 협력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정치 및 외교 교류도 활발해졌다. 고위급 대표단의 빈번한 상호 방문과 글로벌 및 지역 포럼에서의 긴밀한 공조가 그 특징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측은 국제법 존중, 해양 안보 및 안전 수호, 다자주의 강화 등 공통된 입장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유엔, 아세안-EU 체계, 전략적 대화, 안보-개발 협력, 의회 교류 등에서의 상호 협력은 신뢰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 발전에 대한 공동 책임에 기여하고 있다.
무역 및 투자 협력은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EVFTA 발효 5년 만에 양국 간 교역은 2024년 68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으며, 2025년 1~9월에는 8.4% 더 늘어난 546억 달러를 기록했다. EU는 베트남의 네 번째로 큰 교역 파트너이자 여섯 번째 투자국이며,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EU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또한 EU는 베트남의 세 번째 수출 시장으로, 베트남산 커피, 캐슈넛, 수산물, 전자제품, 의류 등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외무장관은 설명했다.
유럽 기업들은 베트남의 경제 개방 초기부터 진출해왔으며, 현재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치적 안정, 개선되는 비즈니스 환경, 숙련된 인력, 전략적 위치, 그리고 친환경·첨단 자본 유치국으로서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수천 개의 EU 지원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다.
개발 협력 측면에서도 EU는 사법 개혁, 교육, 산림, 환경 보호, 기후 회복력 등 다양한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공여국으로 남아 있다. EU가 지원한 프로그램들은 베트남이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의 모범국이 되도록 도왔으며, 이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추진과 오지 및 산악 지역의 변혁을 이끌었다. 공정에너지전환파트너십(JETP), 기후금융 패키지, 순환경제 프로젝트 등은 베트남의 넷제로 목표 달성에 있어 EU를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국방·안보 협력도 심화되고 있다. 2019년 체결된 프레임워크 참여 협정(FPA)은 베트남이 EU의 위기관리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국방·안보 대화 메커니즘은 양측이 글로벌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공동 노력에 더 크게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다. 양측은 또한 수색·구조, 초국경 범죄, 사이버 범죄 및 인신매매, 테러 대응 등 비전통적 안보 과제 해결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교육·훈련, 과학기술, 혁신, 문화 등 기타 분야의 양자 협력도 꾸준히 강화·확대되고 있다. '에라스무스 플러스(Erasmus+)',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팀 유럽(Team Europe)' 등 다양한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교수진의 상호 교류, 학술 교류,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법, 농업, 산림, 지속가능한 수산 등 분야에서도 대화가 확대되며 장애물 해소와 양자 협력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세계에서 베트남과 EU는 지속 가능한 가치, 다자주의에 대한 헌신, 평화 추구, 무력 충돌 및 국지적 분쟁 방지 등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며, 이는 더 넓은 발전적 이점을 창출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양측은 평화롭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동 비전,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 존중, 자유무역 및 지속가능발전 지지라는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정치적 신뢰 강화, 고위급 대표단 교류, 해양·사이버 안보 협력, 유엔 평화유지활동, 유엔·아세안-EU 전략적 파트너십·국제의회연맹(IPU) 등 국제·지역 메커니즘 내 협력 등에서 베트남-EU 협력이 한층 더 전략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베트남-EU 협력은 순환경제, 재생에너지, 반도체, 위성기술,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EU는 공급망과 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 중이며, 베트남은 전략적 위치, 젊은 인구, 점점 더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바탕으로 EU 기업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할 전망이다. EU-베트남 투자보호협정(EVIPA)이 완전히 비준되면, 재생에너지, 교통 인프라, 스마트 도시 개발, 순환경제, 바이오테크, 헬스케어, 제약 등 EU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고품질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EU의 강점인 녹색 전환과 지속가능발전은 향후 협력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EU는 베트남의 에너지 전환과 2050년 넷제로 달성 약속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양측은 양자기술,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이전, 위성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협력 잠재력이 크다.
베트남은 정부의 비자 정책 덕분에 교육, 문화, 예술, 인적 교류 측면에서 EU 여행객들에게 계속 인기 있는 목적지가 될 것이며, EU는 국제 경험을 원하는 베트남 학생들에게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항 외무차관은 내다봤다.